美생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국내 업체 판매 차질 불가피
북미생산 전기차 배터리도 공제…국내 배터리 기업 혜택 예상
"제약 회사가 법안 반대에 1억 달러 써…美가 직면한 선택"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에 따라 국내에서만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미국 판매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다이닝룸에서 이달 상·하원을 통과한 인플레 감축법에 서명했다. 서명식에는 척 슈머 미국 미주당 상원 원내대표,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법은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1조9140억 원), 건강보험개혁법 보조금에 향후 2년 간 640억 달러(약 83조5840억 원) 상당을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 전기차 보급 촉진을 위한 중고·신규차량 세액공제 등이 포함돼 국내 자동차 기업의 관심도 많다.
인플레 감축법이 시행되면 전기차 구매자에게는 최대 7500달러(약 984만원)의 세액공제가 주어진다. 미국은 2030년까지 자국 내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5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자동차 업체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현대차와 기아차에는 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차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 중이다.
법안 시행으로 내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 내년 아이오닉6, EV9 등 신규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투입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현대차 그룹의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인플레 감축법은 또 중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액공제 대상이 되려면 2024년부터 배터리 부품의 50%도 북미 생산품이어야 한다.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안정적인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온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보조금 지급에 따른 시장 확대와 중국 경쟁사 견제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이 법을 "우리 역사상 가장 중대한 법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이는 단지 오늘에 관한 것이 아니라 내일에 관한 것이다. 미국 가정에 번영과 진보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 법안 통과 과정에서 민주당의 역할에 감사를 표했다. 이 법은 지난 12일 하원에서 찬성 220표 대 반대 207표로 통과됐는데, 민주당 220명, 공화당 211명 구도에서 '노선 투표'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역사적인 순간 민주당은 표결에서 미국인의 편에 섰고, 의회의 모든 공화당은 특수한 이익의 편에 섰다"라고 비난했다. 대형 제약 회사가 이 법에 반대하려 1억 달러 상당 로비를 벌였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억하라. 의회의 모든 공화당원이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라며 "모든 공화당원이 처방약 가격 인하와 의료보험 가격 인하, 공정한 세금 시스템에 반대해 표를 던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모든 공화당원이 기후 변화 저지와 에너지가 인하, 벌이가 좋은 일자리에 반대해 표를 던졌다"라며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선택"이라고 발언,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이날 서명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주부터 휴가에 돌입한 이후 이뤄졌다. 이날 백악관을 찾기 전, 바이든 대통령 배우자인 질 바이든 여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이미 감염됐던 바이든 대통령은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보였으며, 밀접 접촉자라는 점을 감안해 10일간 마스크를 착용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으나 연설 때에는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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