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동시에 업무 시작…17일 취임 100일
9차례 민생 대책 내놓아…현장 점검 등 소통 강조
고물가·저성장 대응해 추경·경제정책방향 등 발표
법인세 인하 등 '시장친화정책'에 부자감세 비판도
현장·직원·언론 등 소통 중시…보고 절차도 간소화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윤석열 정부의 '경제 원팀'을 이끄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추경호 부총리는 취임 이후 민생과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고 정책 대응은 물론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정부 주도의 경제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에도 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전히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요국 통화 긴축 등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 수출·내수 경기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와의 싸움은 최대 난제다.
◆6%대 물가 고공행진 지속…경기 불확실성 여전
16일 기재부에 따르면 추 부총리는 지난 5월10일 업무를 시작한 이후 9차례에 걸쳐 민생·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추가경정예산(5월29일), 민생 안정 대책(5월30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6월16일), 당면 민생 안정(6월19일), 임대차시장 안정(6월21일), 고물가 부담 경감(7월8일), 금융 부문 민생 안정(7월14일), 주거 분야 민생 안정(7월20일), 추석 민생 안정 대책(8월11일) 등이 포함된다.
그만큼 정부 출범 당시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5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오르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5%대를 돌파했다. 이후 물가 오름세는 지속돼 지난 7월 기준 상승률은 6% 넘게 치솟았고 24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이 뛰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탓이다.
여기에 주요국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고 가계부채 부담도 가중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불확실성이 커졌을 뿐 아니라 내수 경기도 위태롭다.
이에 추 부총리는 거시경제 리스크에 대비해 취임과 함께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이후 28차례 회의를 열어 경제·민생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취임 첫 주말에는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원팀 대응체계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 회의는 지난 6월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로 개편돼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주요 민생·물가 안정 대책에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30→37%)가 꼽힌다. 또한 대중교통비 소득공제율을 80%로 40%포인트(p) 상향했고, 돼지·소·닭고기 등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도 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긴급생활안정자금 등 소상공인·저소득층 생활·생계비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도 있었다.
아울러 취약차주 저금리 전환·채무 조정에 12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안심전환대출(45조원), 소상공인 채무 조정(30조원), 저금리 전환(8조5000억원), 맞춤형 지원(41조원) 등이다.
주요 대책을 연이어 마련한 정부는 오는 10월께 물가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얼마 전 "폭우가 쏟아진 이후 물가가 7%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천지개벽 수준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6%대 초반에서 내려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법인세·소득세·종부세 등 세 부담 낮춰 경제 활력 되살린다
추 부총리는 저성장 국면에 대응해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경제 기반을 다시 쌓아가겠다는 계획을 짰다.
이를 위해 꺼내든 카드가 세제 정상화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려 세 부담을 줄이고, 투자·일자리 창출 여력을 확대하겠다는 게 올해 세제개편안의 골자다.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감세 정책도 있었다. 소득세 하위 2개 구간 과세표준을 높이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체계를 주택 수 차등과세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인세와 소득세, 종부세 세율 조정에 따른 효과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만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야당에서는 이를 '부자감세'로 규정하기도 했다.
반면 추 부총리는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을) 부자감세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소득세 개편과 관련해서도 저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친기업' 기조를 기반에 둔 시장 친화 정책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현재 기업 규제 완화는 민간 주도 경제 규제혁신 TF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 TF의 팀장은 추 부총리와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지난달에는 각계 건의 과제 등을 반영해 즉시 개선 과제 50개를 확정한 바 있다.
또한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에서는 민간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경제법령상 과도한 형벌 조항을 발굴·개선 중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13일 3년 만에 재개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 위기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최전선에서 가장 힘 있는 것은 기업인 여러분"이라며 "여러분이 가는 길을 열어드리고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언급했다.
◆소통 중시하는 부총리…"난제 해결 실마리 마련할 것"
추 부총리는 현장, 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유형의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취임 이후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자 간부회의 등에서 회의 준비를 위한 불필요한 자료 작성을 금지시켰다. 행사용·의전성 자료를 최소화하는 대신 구두보고·문자 등을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회의에 사무관 등을 참석시켜 실무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렸고, 취임식 직후에는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 중소기업, 금융기관, 경제단체장, 연구기관장, 부동산 전문가, 한국경영자총협회, 무역협회 회원사 등 전문가들과의 정책 협의도 가졌다.
언론과의 소통도 활발하다. 취임 이후에는 기재부 기자실을 5차례 방문하면서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1일 간담회에서는 기자실을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여러분의 말을 듣기 위해 온다"며 "특별한 날짜를 정해 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물가 안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 발표 대책을 중심으로 성과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세법 등 입법 과제는 입법예고 등 사전 절차를 마무리했고,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내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야당 측 반대가 예상되는 만큼 국회와의 소통·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금융시장 안정, 가계부채 연착륙, 공급망 대응 등 리스크 관리도 추진된다. 공공기관 혁신계획과 관리체계 개편안도 조만간 마련된다.
나라살림을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과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등도 서서히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도 비상한 각오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장기간 방치된 난제들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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