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수해 적다지만 2차 피해 가능성
고온 다습 반복에 무름병·탄저병 발병↑
수확 늦어지면 출하지연으로 가격 급등
7월 농산물 가격 8.5%↑…2개월째 상승
오이 50%·토마토 54% 등 대부분 올라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이른 가뭄과 폭염으로 6월부터 상승 조짐을 보이던 농산물 물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쏟아진 '물 폭탄'에 비상이 걸렸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대목까지 겹치면서 채소 가격이 크게 뛸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 폭우로 인한 농업 분야 피해는 농작물 1027㏊, 가축 폐사 8만6552마리, 농경지 유실·매몰 10.3㏊ 등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16~17일 중부와 남부지방에 비가 예보된 만큼 추가 피해 가능성도 있다.
직접적인 피해가 적어도 집중호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농작물의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높다.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면 농작물 생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름병(배추·무)과 탄저병(고추)과 같은 병해충이 증가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속되는 비 피해로 배추, 무, 감자 등 농작물 수확이 늦어지면 출하 지연으로 산지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예년보다 추석 명절이 보름 이상 빠르고, 병해충에 따른 작황 부진까지 겹치면 농산물 수급에 차질을 빚어 가격 오름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집중호우가 발생한 강원, 경기, 충북 등 중부권의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관리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해 성수기 수급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배추가 유실된 경우 사전에 준비된 예비 묘 150만주를 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잦은 비와 폭염 등으로 농산물 물가는 이미 6월부터 오름 조짐을 보였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전년 대비 마이너스(-)였던 농산물 물가는 지난 6월 1.6% 오르더니 지난달에는 8.5%까지 상승했다.
이는 2021년 6월(11.9%)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이때는 전년도 코로나19 발병에 따른 내수 침체로 마이너스(-) 물가가 우려되던 시기였기에 상당한 기조효과가 반영됐다.
쌀, 보리 등 곡물과 고춧가루, 인삼 등 기타 농산물 물가는 각각 1년 전보다 11.9%, 7.0% 하락했지만, 신선 채소류 가격이 25.9%나 급등했다. 가뭄과 장마, 폭염 등이 이어진 탓이다. 과실 가격도 7.4% 오르며 농산물 물가를 끌어 올리는데 일조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가격 정보에 따르면 11일 기준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6762원으로 1년 전(4456원)보다 51.8% 올랐다. 오이 10개 소매가격(1만3167원)은 전년(8803원)보다 49.6% 뛰었다. 무 한 개 가격도 2153원에서 3046원으로 41.5% 상승했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양배추 19.8%, 상추 10.3%, 애호박 44.6%, 토마토 54.3%, 당근 31.8%, 풋고추 47.0%, 양파 27.7%, 대파 41.8% 등도 가격이 올랐다.
추석 대목에 폭우 피해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 불을 지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7.5%) 이후 24년 만에 최악의 물가를 기록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다만 정부는 9~10월 물가가 정점을 찍고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늦어도 10월에는 물가가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락세로 갈 것"이라면서 "연간 5%대 물가상승률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