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 현장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논란 되자 두 차례 사과문 올리며 진화 나서
야당 "있을 수 없는 망발", 여권에서도 질타 이어져
[서울=뉴시스]강주희 최영서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수해 복구 현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자당 김성원 의원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주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당 소속 의원 40여 명 등과 봉사 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 헛되지 않도록 (김 의원을) 불러 조심하라고 엄중 경고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해 지역 정서를 생각해서 국민 정서와 안 맞는 농담, 심지어 사진 찍는 것을 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를 했는데, 저 친구(김 의원)가 평소에도 좀 장난꾸러기스럽다. 오늘 많은 의원들이 와서 고생한 것만 크게 봐 달라"고 했다.
이에 기자들이 '김 의원의 발언이 장난기 때문이라고 보느냐'고 묻자 주 위원장은 "(김 의원이) 평소에 그런 습관이 좀 있어서 내가 저러라 어디 사고 날지 싶었다"며 "(언론은) 큰 줄기를 봐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경고를 받은 김 의원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정말 잘못했다고. 의원들이 이렇게 많이 고생하고 있는데 자기 때문에 빚 바래졌다고 죽으라고 하지 뭐"라고 답했다.
앞서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수해 복구 지원 봉사활동을 하던 중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해당 발언은 주 위원장이 복구 활동에 들어가기 전 '입단속'을 당부한 직후 나왔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김 의원은 고무장갑을 착용하면서 옆에 있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이같이 말했다, 해당 발언은 들은 임이자 의원은 김 의원의 팔을 찰싹 때리며 촬영 중인 방송사 카메라를 가리켰고, 권 원내대표는 굳은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다.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김 의원은 이날 두 차례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며 "남은
시간 진심을 다해 수해복구 활동에 임할 것이며, 수해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과문 발표 직후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는 "나 때문에 (그런데) 더 열심히해야지"라고 말했다.
이날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야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망발", "수학여행을 간 것이냐"며 질타가 쏟아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집권당 의원께서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결국 복구 지원하러 간 의미가 퇴색해버리지 않았나"라고 비난했다.
강훈식 당대표 후보는 "재난 상황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고 비판하더니 국민의힘에겐 재난 상황이 홍보 수단이냐"고 비판했고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도 "국민이 도대체 어디까지 참아야 하냐"고 날을 세웠다.
비판은 여권에서도 이어졌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데 국민 염장 지르는 발언이나 하려고 비대위를 만들었냐"며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그야말로 당이 비상"이라고 했다.
김 의원을 감싼 주 위원장을 향해선 "집이 물에 잠긴 분들 또한 망연자실인데 당의 지도자라는 분이 엄한 질책은커녕 '평소 장난기가 있다'라며 어물쩡 넘어가는 것도 참 당황스럽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수해로 피해를 입은 분들을 찾아가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좋겠다'는 얼빠진 소리를 농담이랍시고 한다. 공직자로서 그야말로 기본이 안 된 것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긴 기간은 아니지만 이쪽 동네 계신 분들을 보면 정말 한숨을 넘어서 화가 터져나올 때가 많다"며 "탄핵을 겪고도 우리나라 보수는 정말로 안 변했고 한 사람도 희생하거나 책임지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 이겼으니 잘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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