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 증축 과정서 인근에 불법 건축물 설치
'정유년' 2017년 추정…보은군, 행정절차 돌입
상환암 주지 "불법 몰랐다...특정인 연관 없어"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충북 법주사의 한 암자가 속리산 국립공원 안에 불법 건축물을 지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보은군은 속리산면 사내리 산 1-1 일원의 상환암 인근 바위 숲에 설치된 불법 정자를 적발하고, '건축법 위반 건축물에 대한 시정명령처분 사전통지서'를 상환암 측에 발송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주사 소속 암자인 상환암은 2018년 4월 보은군으로부터 새 대웅전과 요사채에 대한 사용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불법 정자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증축 신고와 2018년 사용 승인 때 이 정자는 건축물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건축법상 건축물은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시설물 등을 일컫는데, 이 정자는 기와 지붕과 4개 기둥·바닥으로 이뤄져 있다. 바닥면적 4㎡, 높이 4~5m 규모다.
정자 상단에는 한자로 '又民亭(우민정)'이라고 새겨진 현판이 달려 있다. '정유년 입추절' 글귀를 보아 2017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환암 주지는 "암자를 증축한 시기쯤 법당 외곽에 원두막같이 쓰려고 작은 정자를 만들었다"며 "관리자들의 개인휴식 공간으로 쓰려고 만들었을 뿐 불법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자 이름은 단순히 좋은 의미여서 붙인 것"이라며 "같은 이름 한자의 재단을 운영하는 특정 인물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자의 제작 비용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함구했다.
보은군은 약 2주간 상환암 측에서 의견 제출을 받은 뒤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경우 행정처분(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불법 건축물 철거에 대한 1·2차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년 단위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허가나 신고 없이 지어진 불법 건축물에 대해선 시가표준액의 50%에 위반 면적을 곱한 금액을 처분한다.
보은군은 이 정자의 이행강제금을 연간 40~50만원 선으로 보고 있다.
이 건축물이 유지되려면 양성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건축법 관련 규정에 저촉이 없는 범위에서 사후 적법화 하는 '추인 허가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 정자는 속리산 국립공원 안에 지어진 탓에 문화재보호법과 산림법 등 다른 법령을 추가 적용받을 가능성이 적잖다.
군 관계자는 "속리산 국립공원 깊은 곳에 설치된 정자여서 수년간 존재 여부를 알지 못했다"며 "최근에서야 현장 조사를 거쳐 불법 건축물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도민 김모씨는 "누구보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할 종교시설이 국립공원 안에 불법 건축물을 지었다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행강제금액의 적고 많음을 떠나 해당 종교시설에 큰 실망을 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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