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결단내야"…시범운영·법제화 토론회

기사등록 2022/08/09 14:07:15 최종수정 2022/08/09 16:03:41

중기정책학회·협력재단 등 토론회 공동 개최

정부·정치권·전문가·업계 등 한 자리 모여 논의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06.17.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 운영을 앞두고, 정부·정치권·전문가·업계 등이 한 자리에 모여 법제화와 시범운영의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상생협력포럼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는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납품단가연동제의 시범운영과 법제화'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오늘의 포럼 주제가 '납품단가 연동제'라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대·중소기업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까지 오는데 1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14년의 두드림에 대해 이제는 답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그 어느 때보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고 합리적 방안에 대한 숙고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회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염원하는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용진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은 개회사에서 "기업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도입은 시급하다"며 "납품단가 연동제는 시장 자율성 확보와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환영사에서 "이번에야말로 729만 중소기업의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가 반드시 도입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복합 악재가 오면 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이 먼저 무너지게 되며 중견기업, 대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납품단가 연동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닌 서로의 상생을 위한 '윈-윈(Win-Win) 게임'으로 정의했다.

한 의원은 "이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할 결단의 시기"라면서 중기부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한 의원은 지난 4월 납품단가 연동제 내용을 담은 상생협력법을 발의했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9년 정부가 납품단가조정협의제도를 도입했으나 지금까지 단 1건의 신청도 없었다는 것은 이 제도가 중소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결국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만 경제위기 때마다 몰려오는 충격과 원자재값 상승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납품단가연동제가 조정협의제도와 같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동조건과 제재조치를 분명하게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면서 "최근 국회에서 여야간 공감대가 형성되어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안건으로도 상정된 만큼 중소기업계의 오랜 염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안 처리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도 지난해 11월 납품단가 연동제를 담은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을 발의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실장은 '자율적 상생환경 구축을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최 실장은 "최근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원자재를 가공하여 제조한 물품을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납품대금 연동제의 대안으로 도입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는 신청주의에 기반하고 있고, 신청한 개별 중소기업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우려에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계약당사자의 협의에 의한 납품단가 연동에 관한 사항을 계약에 편입하도록 하여 자율적 상생협력 환경을 조성하고, 예기치 못한 비용분담이 거래상 협상력 차이로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원자재 변동에 따라 각 위험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을 계약조항으로 편입해 양 당사자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납품대금 연동제가 연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표준계약서, 표준약정서와 관련 정보 및 데이터 제공 등 제도적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두 번째 발표는 송창석 숭실대 교수는 '납품단가연동제를 통한 혁신 생태계의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송 교수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납품대금 조정협의제의 문제는 제도 자체의 모호성에 있다"며 "똑같은 제도를 두고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현실적으로 위탁기업이 납품대금 조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면서 "특히 위탁기업이 대기업인 경우 협상력 불균형으로 인해 위탁기업의 주장이 힘을 얻으며 수탁기업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납품단가 연동제가 소비자가격 상승, 해외로 공급선 변경, 수탁기업의 혁신의욕 저하 등의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대해 "원자재가격이 급등했을 경우에만 납품단가 연동제를 실시한다면 혁신의욕 저하가 아니라 혁신노력의 보호가 가능할 것"이라며 "원자재가격 급등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가장 적합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조은구 포스코 상무는 '포스코 납품단가연동제 운영현황'을 발표했다.

조 상무는 "포스코는 대-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2003년도부터 선제적으로 납품단가 조정제도를 약관에 반영하여 원료, 설비, 자재 등 全 구매품목을 대상으로 단가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특히 원가에서 원자재의 비중이 큰 품목은 특별약관을 통해 납품단가 연동제를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포스코의 납품단가 연동제는 2000년 경질유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공급기업과의 합의를 토대로 대상품목을 확대해 왔다. 현재 총 22개 품목을 대상으로 연동제를 운영 중이다. 대상 품목의 연간 구매규모는 5900억원에 이르며, 전체 자재구매 수준의 약 30%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300개의 중소·중견 공급기업을 대상으로 약 1059억원의 단가를 인상해준 것으로 나타났다.(일반약관에 의한 단가조정 및 특별약관에 의한 납품단가 연동제 운영실적 합산 기준)

토론에서는 중앙대 이정희 교수를 좌장으로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김영환 사무총장, 한국법제연구원 김윤정 연구위원, 백석대 신영호 교수(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중소기업중앙회 양찬회 본부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상무, 서강대 임채운 교수, 중소벤처기업부 정기환 상생협력정책관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양 본부장은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과 납품을 받는 대기업 사이에서 원자재 가격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떠안고 있어 중소기업은 고사위기에 처해있으므로, 별도의 요청이나 협의없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상무는 "납품단가연동제는 시장경제의 핵심인 가격에 대한 규제로 담합을 조장하고, 시장경제의 근본 가치인 계약을 무효화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로서 법제화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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