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개 분기 연속 역성장…NBER 공식 침체 선언은 아직
외신들 "경기 침체 우려 확산"…경제 수장들은 침체 '부인'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미국 경제가 1분기에 이어 2분기 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통상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하면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로 간주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경기 침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외신들은 "비공식적" 경기 침체라고 판단하고 불황 공포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0.9%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회복되며 6.9%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에 빠졌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1분기(-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통상 경기 침체는 2개 분기 연속 GDP가 역성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CNN은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를 정의하는 중요한 상징적 문턱"이라며 "현재의 혼란스러운 경제 환경에서 이번 데이터 발표는 엄청난 중요성을 띠게 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제 수장들은 경기 침체를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GDP 통계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단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고 밝혔고,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져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고용지표가 양호하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 침체 여부를 공식 판정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GDP 수치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고용 시장을 포함한 다양한 지표를 조사한 뒤 판단한다. 또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외신들은 경기 침체 공식 선언 여부를 떠나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식적 '경기 침체'보다 경제적 현실이 더 중요하다"며 "가족들이 급등하는 물가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기업이 후퇴하고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4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성장 둔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은 전날 소비자 지출 성장 둔화, 주택 수요 약화, 기업 투자 감소 등 수치를 배경으로 연준의 노력이 효과가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두달 연속 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도 예고한 연준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WSJ도 "경기 침체가 결국 선언되든 아니든 메시지는 냉정하다. 경제 회복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이라며 침체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 시장이 침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징후도 보인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50년만의 최저치인 3.6%를 4개월 연속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몇주간 실업수당 청구가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애플, 메타 등 기업들이 고용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 조사에서도 경제학자들의 70%가 미국 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디아 부서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포스트(WP)에 "우리는 경제가 상당히 급격하게 둔화될 것으로 본다"며 "핵심 질문은 '올해 하반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확산하는 침체 우려에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진정되며 연준이 고용과 지출에 큰 타격을 입히기 전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다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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