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수영장에서 심폐지구력 훈련
훈련이 끝난 뒤 냉찜질과 진흙팩
경주 끝난 뒤 휴가 떠나는 경주마들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지난 27일 나흘째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부산에는 오전부터 뜨거운 햇빛이 쏟아졌다.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물을 찾아 뛰어들 듯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있는 경주마들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말 수영장에 뛰어든다.
수영훈련은 말들의 열기를 식히는 피서의 의미도 있지만, 관절에 무리가 적은 심폐지구력 운동이기도 하다.
혹서기 더위를 피하기 위해 경주마들은 새벽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주로 실내에 설치된 러닝머신 같은 기계 위에서 뛰거나, 수영 훈련을 진행한다.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위치한 말 수영장은 둘레 55m, 깊이 3m, 폭 4m의 도넛 형태의 대규모 실내 풀로, 수온은 16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자동 온도조절장치를 갖추고 있다. 또 말의 배설물 때문에 생기는 물의 오염을 막기 위한 최첨단 정화시설과 수영 후 샤워를 할 수 있는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수영장에서 경주마들은 목을 꼿꼿이 들고 연신 힘찬 발길질을 해대며 물살을 가르는 동안은 '해마'가 된다. 겉모습만 보면 물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주마들의 필수 훈련코스다. 수심 3m가 넘는 수영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은 1400m의 경주로를 전력질주하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또 수영 훈련은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경주마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인 심폐지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으로, 한 번에 평균 2바퀴, 많게는 3바퀴를 헤엄친다.
하루 훈련이 끝난 경주마들은 마방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더위 나기에 나선다. 더위에 취약한 말들을 위해 마방 천장에는 쿨링포그(인공안개)가 설치돼 있고, 선풍기가 돌아가 내부 온도를 낮춘다.
아울러 조교사들은 말들의 체온을 낮추기 위해 수차례 샤워를 하거나 냉찜질을 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문현철 조교사는 "말들은 근육이 많고, 단백질로 이뤄진 근육들은 열에 취약하다"며 "말이 열사병에 걸리면 식욕이 떨어지고, 심하면 털이 빠지며 호흡기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회복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훈련이 끝난 말들의 체온을 낮추기 위해 문 조교사는 말들의 다리에서 오른 큰 열을 잡기 위해 얼음 마사지를 진행한다.
이어 찬 성질을 가진 진흙에 페퍼민트를 섞은 팩을 경주마의 다리와 관절 부위에 발라준다. 이를 통해 말 다리의 오른 열기를 식히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파스와 같은 효과도 있다.
체온을 낮추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경주마들의 체중유지다. 20㎝ 흙이 깔린 트랙을 질주하면 한 번에 10㎏가까이 빠지기에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보양식을 섭취해야 한다.
과거에는 마주들이 경주마에게 뱀, 녹용 등 보약을 먹이기도 했지만, 도핑 기술의 발달 및 데이터 체계화 등으로 말 전용 사료와 보충제들을 사료에 섞어 먹인다. 조교사와 말들에 따라 사용되는 보충제 종류와 개수는 천차만별이다. 또 경주를 앞둔 말들은 수액을 맞아 영양분을 보충하는 등 무더운 여름을 이겨낸다.
경주를 끝낸 경주마들은 2주에서 많게는 한 달간 휴가를 떠난다. 부경경마공원 인근에 위치한 함안과 밀양에 주로 휴가를 떠나며, 휴가지에서 경주마들은 마방을 벗어나 드넓은 초지에서 뛰놀며 스트레스를 낮추고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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