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SM그룹이 HMM 지분 인수에 적극 나서며, 그 배경에 관심이다. 그룹 자체가 우오현 회장의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온 만큼, 이번 지분 매입도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니라 향후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SM그룹은 최근 HMM 지분을 잇따라 사들이며 6.19%를 확보했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한국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이어 HMM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3월말 기준 20.69%(1억119만9297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19.96%(9759만859주), 신용보증기금은 5.02%(2452만7807주)를 가지고 있다.
SM그룹의 HMM 지분 인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채권단에서 관리하는 HMM이 어느 순간에는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포스코, 현대차그룹 등을 매수자로 꼽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SM그룹이 HMM 지분을 사들이며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랐다.
SM그룹은 주식 매입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SM그룹이 향후 HMM 인수를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주식 매입 대상이 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이라는 대목에서 M&A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특히 SM그룹이 그동안 덩치를 키워온 과정을 보면 HMM 인수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SM그룹은 지난 2005년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을 시작으로 경남모직(2006년), 남선알미늄(2007년), 티케이케미칼(2008년) 등을 인수했다. 2013년에는 당시 업계 4위 대한해운을 인수하면서 해운업에 진출했다. 이를 발판삼아 2016년에는 벌크전용선사인 삼선로직스도 품었다. 지난해 말 기준 SM그룹은 총 81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인수합병의 중심에는 창업자인 우오현 회장이 있었다. 우 회장은 쌍용차가 매물로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주위의 강력한 만류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SM그룹이 시가총액 12조7693억원에 달하는 HMM을 인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과 영구채까지 상환하려면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중견기업 수준인 SM그룹 자금력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공통적인 시각이다.
김경배 HMM 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파크1빌딩 본사에서 열린 중장기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SM그룹이 6.17% 지분을 확보하며 3대주주로 올라섰다"며 "SM그룹에서는 공식적으로 단순투자라고 하고 있고 아직 특별한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단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SM그룹도) 한 투자자로 본다"며 "회사를 건전하고 튼실하게 만들어 투자 가치를 올려나가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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