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벌]"괜찮다" 5세아이 말에 자리떴다 뺑소니 기소…처벌은

기사등록 2022/07/24 09:00:00 최종수정 2022/07/24 09:06:41

트럭으로 자전거 충격…"괜찮다"에 자리 떠

피해자 뇌진탕 증상에 도주치상 혐의 기소

벌금 500만원 선고…"사고 대처능력 미흡"

"보호자에게 피해자 인계 등 조치 취해야"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만 5세 어린이가 타던 자전거를 차로 쳤으나 "괜찮다"는 말을 듣고 현장에서 벗어난 운전자가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당사자가 괜찮다고 말했더라도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58)씨는 지난해 7월24일 오전 11시20분께 포터 화물차를 몰아 서울 강동구 한 이면도로를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우측 이면도로에서 피해자 B양이 타고 나오는 자전거를 발견하지 못해 좌전거 좌측 옆 부분을 들이받은 것이다.

A씨는 사고 이후 B양이 "괜찮다"고 말하자 별다른 조치 없이 자리를 떴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 사고로 2주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뇌진탕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그를 약식기소했다.

A씨가 이에 불복하면서 정식 재판이 열렸으나, 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장민경 판사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사리분별이나 판단능력이 미약한 만 5세의 피해자로선 자신의 부주의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부모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나 사고에 대한 대처능력 미흡으로 '괜찮다'고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고 경위, 피해자 나이 등을 고려해서 보면 A씨로서는 사고 발생 이후 즉시 정차해 피해자 상해 여부나 정도를 확인해야 했다"며 "보호자가 인근에 있는지 등도 확인해 피해자를 인계하거나 사고 발생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B양으로부터 단순히 '괜찮다'는 말만을 듣고 별다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 장소를 떠났던 점을 종합해서 보면 A씨가 운전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했다거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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