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지난 5월 강제집행 나섰지만 못찾아
14년전 고서적 판매상 배익기씨 일부 공개후 반환 안해
문화재청 "관련 제보가 들어오면 강제집행 계속 진행"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문화재청 소유로 법원이 최종 확정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행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2일 문화재청 문화재사범단속팀에 따르면, 지난 5월13일 고서적 수집판매상 배익기 씨의 경북 상주 자택과 사무실 등 3곳을 5시간 동안 수색했으나 훈민정음 상주본을 찾지 못했다. 회수는 물론, 아직까지 행방조차 묘연한 상태다.
◆'훈민정음 상주본' 있나 없나...배익기씨 강제집행했지만 안밝혀
한글 창제의 배경과 원리, 사용법을 기록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로 지정돼있다. 간송미술관에 보관된 것이 유일본이었지만 2008년 배익기씨가 다른 해례본을 공개하면서 해례본은 2개가 됐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배씨가 2008년 7월 간송본과 다른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냈다며 일부를 공개해 그 존재가 알려졌다.
상주본은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과 같은 판본이면서 표제와 주석이 16세기에 새로 더해져 간송본보다 학술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법원이 2019년 훈민정음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배씨는 반환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회수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고, 배씨를 설득했다. 하지만 배씨는 상주본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2015년 배 씨 집에 난 화재로 책 아랫부분이 일부 훼손되는 등 보존 상태도 의문이다.
배씨는 줄곧 상주본 반환 조건으로 1000억원 가량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해왔다. 문화재청이 주도적으로 강제집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제집행은 법원에서 승계집행문을 받아 진행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배씨를 계속 설득하면서 상주본 회수를 위한 작업에 나섰다"며 "앞으로도 배씨를 설득하고, 탐문 조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상주본 행방과 관련해 제보가 들어오면 강제집행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훈민정음 상주본, 2008년부터 법정 공방...왜?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씨는 2008년 7월 상주지역 골동품 판매상 조씨의 가게에서 30만원 상당 고서적을 살 때 상주본을 몰래 끼워넣어 가져왔다. 하지만 배씨는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상주본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골동품 판매상인 조씨가 "배씨가 훔쳐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소유권 분쟁이 생겼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고서를 구입하면서 몰래 갖고 가는 방법으로 상주본을 훔쳤으니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고, 2011년 5월 조씨가 승소했다.
조씨는 2012년 상주본을 배씨로부터 회수하면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듬해 숨졌다. 이후 문화재청은 상주본 회수 절차에 돌입했다.
이와 별개로 배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로 뒤집혔고,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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