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선명 보수 단체 강화' 귀결
김종인·이준석 체제와 다른 방향성
박소영 "당 혼란, 정체성 흐트러져"
김경회 "우파단체 성장 도움 줘야"
유동열 "당선되니 우파와 거리 둬"
우려도…김미애 "약자돕는 우파로"
"이준석 대체자 안 보여" 소수의견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20일 시민사회와의 관계 설정을 주제로 두 번째 '경청회'를 열었다. 보수 성향 시민사회 대표들과 학자,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국민의힘에 제언을 쏟아냈는데, "보수 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이 주로 나왔다.
혁신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책 네트워킹 구축방안'과 '시민단체 연대방안' 두 가지 세션의 경청회를 열고 시민사회 의견을 들었다. 최재형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당에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국민과 지지해주시는 그룹들과 어떻게 정책을 만들고 유지해야 할 것인지 듣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좌중의 견해는 비교적 선명한 보수 성향을 띠는 시민단체의 당 의사결정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쪽으로 집약됐는데, 김종인·이준석 지도부와는 다소 다른 방향성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앞서 이 대표는 혁신위를 띄우면서 "문제 의식만 공유했다"고 직접 참여에 선을 그었으나, 이 대표 당초 취지는 '보수 선명성 강화'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세션 '시민단체 연대방안' 발제에 나선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정당과 시민단체는 정체성과 가치지향이 분명해야 한다고 보는데, 지금 국민의힘의 혼란은 오히려 정체성과 가치지향의 중심이 흐트러져서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자유한국당 이미지가 사실 뭐가 잘못인지 잘 모르겠다. 언론의 프레임 씌우기 역할이 컸다"며 "'꼰대' '세련되지 못했다'라는 프레임에 갇혀 정체성을 제대로 못 찾은 것이 문제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려운 아스팔트에서 고소고발이나 여러 어려운 활동에서 우파 시민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다른 채널로 다른 목소리를 낼 때 시민단체들이 맥빠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우파 시민단체는 좌파 진보보다 조금 약하다. 자생적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심각하게 고민하셨으면 어떻겠는지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민주당이나 다른 당에 비해서 접촉 빈도나 연대력, 하다 못해 표현이 죄송하지만 자리까지 공유하지 않았나. '참여연대 공화국' '전교조 천하' 이렇게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고 지적했다.
김 석좌교수는 이어 "이렇게 되니까 끈끈한 연대력도 생기고 적극적으로 필요할 때 시민단체가 도와주지 않나 판단한다"며 "정책 연대를 상임위원회별로 하고, 토론회도 한 달에 한 번씩 의무화시키고 의정활동 평가지표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지난 대선과 총선 때 많은 청년 우파 시민단체들이 지지를 보였는데, 당선되고 나니까 하는 얘기가 '태극기 세력의 이런 아스팔트 우파하고 거리를 둬야 한다'고 나오고, 이럴 때 선명 보수들이 정말 분노를 일으켰다"고 했다.
유 원장은 그러면서 "시민단체 소통이 단발성 이벤트로 굳혀지는데, 최고위원 중 한 명을 시민단체 담당으로 위촉해야 한다. 당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최고위원 한 명이 있는데 여기에는 시민단체 담당 컨트롤타워 최고위원을 임명해야 한다"고 소통 활성화 아이디어를 냈다.
혁신위는 패널 의견을 경청하는 한편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김미애 혁신위원은 '미약한 국민들을 돕는 시민단체가 우파가 많아야 되는데, 우리는 그런 것보다 정치적 발언을 하는 시민단체가 많고 그들이 과잉대표되는 듯한 느낌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약자와의동행위원장을 맡았다.
이에 유동열 원장은 "왼쪽으로 가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민의힘이 지향해야 할 것은 모든 국민이 균형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혁신을 하더라도 정당의 정체성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사회적 소수와 약자를 배려하면 되는 것이지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정당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유 원장은 이어 "국민의힘의 지지세력, 기반세력이 집토끼인데 자꾸 좌파 쪽으로 기울여서 혁신한다고 하고 소통하는데, 실망해서 나간 집토끼를 회귀시키고 (나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옥남 혁신위원이 '지나치게 시민단체와 정당이 선을 넘으면 문재인 정부의 참여연대가 될 수 있다'고 질의하자 이웅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활동 취지가)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거기 때문에 (정치적) 확산이 어렵고, 거기에 언론까지 막혀 있다"며 "저희는 참여연대나 경실련 정도의 자원도 없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한편 이준석 대표의 빈 자리를 지적한 목소리도 소수의견으로 나왔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정책 네트워킹 방안'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슈가 빠르게 생산되고 확산되는데, 이런 민심을 읽는 데 이 대표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며 "공정 문제나 천안함 문제 등도 국민의힘에 유리한데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과 젠더 갈등을 이 대표 혼자 했는데, 6개월간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에서 대체할 인물이 뚜렷하게 안 보인다"고 했다.
최재형 위원장은 경청회를 마무리하며 "당이 소홀히 했던 부분들을 잘 정리해서 혁신안에 담아내겠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당과 당을 지지하는 우호적인 시민단체나 싱크탱크 등 모든 역량을 하나로 해서 우리 당과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정치 현실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라고 정리했다.
조해진 부위원장은 "보수 우파 진영의 애국심, 열정, 전문성, 문제해결 능력이 탁월한데도 하나로 묶어내지 못해 늘 어려움이 있고,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우리 당"이라며 "소위원회별로 구체적인 안을 만들 때 잘 녹여내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