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외계+인'에는 야심이 있다. 한국 최고 흥행감독 최동훈은 더 이상 웬만한 영화로는 성이 안 차는 모양이다. 그는 7년만에 내놓는 신작에다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들을 한 데 담아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캐릭터 조형술이나 타이밍 좋은 유머, 차진 대사는 역시 최동훈스럽다. 그러나 온갖 장르가 뒤섞이고, 여러 개 스토리가 교차되며, 플롯이 흩트러져 있는 최동훈 영화는 처음이다. 캐릭터는 변종에 액션은 혼종이다. 이건 분명 전에 없던 잡종액션 영화다. 도전에는 리스크가 따르는 법. '외계+인'의 제작비 400억원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과감하고 또 과감한 시도다. 최 감독은 이제 이 낯선 영화를 들고 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냉정하기 그지 없는 이른바 '호불호 평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호불호①. '외계+인'이 새로운 영화라는 건 명백하다. 문제는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지겠지만, 어떤 관객에겐 산만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현재 시점의 대한민국과 수백년 전 고려 시대 말을 오가며 진행된다. 이 두 시대를 외계인과 로봇이 오가고, 우주선과 자동차가 건너 뛴다. 여기에 슈트 입은 남자와 하늘을 날으는 도사와 도술을 부리는 신선이 날뛴다. 총을 쏘고 검을 휘두르며, 기(氣)와 외계 에너지가 뒤엉킨다. 외계인 죄수를 인간의 몸에 수감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동서양의 상상력이 혼합된 각종 설정에다가 과거와 미래는 동시에 존재한다는 시간 구성까지. 온갖 게 다 들어 있다. 새로운 유형의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가 보고 싶었다면 만족하겠지만, '타짜' '도둑들' '암살'과 같은 최동훈 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겐 당황스러울 수 있다.
호불호②. '외계+인'에는 어떤 한국영화도 보여준 적 없는 방대한 영화적 세계가 존재한다. 외계인의 존재, 시공간의 문, 외계인과 인간의 관계, 도사와 신선의 세계까지 있다. 내년에 공개되는 2부에는 또 다른 정보들이 추가될 것이다. 이 넓디 넓은 '최동훈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수많은 캐릭터로 채워넣은 게 '외계+인'이다. 어떤 관객은 최 감독이 창조해낸 유일무이한 한국형 판타지 세계에 매료되겠지만, 다른 관객은 세계관 설명에 러닝타임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이 영화의 전개 속도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최 감독이 매번 2시간이 넘는 긴 영화를 만들면서도 한 번도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는 건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속도감 있는 연출 덕분이었다. 그러나 '외계+인'은 아무리 간결하게 짚고 넘어가더라도 설명해야 할 게 꽤나 많아 보인다.
호불호③.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외계+인'은 새로운 요소로 꽉 차 있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최동훈 스타일'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다만 관객이 사랑했던 그 최동훈스러움이 전작들처럼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일부 관객은 이것을 변화로 이해하고 반기겠지만, 또 일부 관객은 이를 실패로 규정할 수도 있다. 최동훈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캐릭터. 주인공급 인물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마저도 강한 캐릭터로 살려내는 게 그의 장기였다. '타짜'에서 분량이 많지 않은 인물인 '곽철용'이 개봉 이후 1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강력한 밈(meme·온라인 유행)이 될 수 있던 것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최 감독의 타고난 재주 덕분이었다. 하지만 '외계+인'에선 특별히 부각되는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각 인물 간 균형을 고려한 선택일 수 있지만, 일부 관객은 최 감독의 이 선택을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밋밋한 영화로 볼 수도 있다.
호불호④. '외계+인'은 최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전우치'와 외관상 비슷해 보인다. 이 부분 역시 일각에선 '전우치'의 확장판이라며 반기겠지만, 반대로 이 유사성을 동어반복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두 작품은 실제로 꽤나 닮았다. 강동원이 연기한 전우치는 류준열이 연기한 무륵과 흡사한 캐릭터다. 도사와 신선 역시 이미 전우치에서 나왔던 것들이다. '전우치'는 조선과 현대를, '외계+인'은 고려와 현대를 오간다. 물론 따지고 들어가면 두 영화는 매우 다른 영화다. 그러나 관객 대부분은 따지기보다는 느낌으로 영화를 본다. '전우치'는 최 감독 전작 중 호불호가 갈렸다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호불호가 갈렸는데도 600만명을 넘겼다).
호불호④. 특수효과를 포함해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각종 이미지를 두고도 이견이 나올 수 있다. 우선 VFX 등이 수준 높게 구현됐다는 데 반대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 제작비를 충분히 투입한 작품인만큼 컴퓨터그래픽이미지 등에 이물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블 영화 수준까지는 안 되더라도 그 바로 아래 단계까지는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중반부 지하주차장 액션 시퀀스는 꽤나 압도적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눈이 맞춰진 관객에게 '외계+인'의 각종 특수효과는 여전히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외계인·우주선 등 디자인 부문에서 다른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일례로 '외계+인'의 외계인은 그 형태와 모습이 다소 평이하다. 1부의 주요 인물 캐릭터인 가드와 썬더의 모습 역시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우주선도 마찬가지이다. SF판타지 장르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 관객에게는 이마저도 새로울 수 있지만, 이 장르 영화를 몇 편이라도 본 관객에겐 시각적 충격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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