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정부, 탈북어민 송환에 시각차 커
중국, 조약 어기고 탈북민 강제 송환 중
집결소, 노동단련대, 교화소서 인권 침해
이처럼 양측의 관점에 극명한 차이가 있지만 어민 2명이 북송됐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다. 북한은 이들이 북송 후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국 등에서 북송된 탈북민 사례를 통해 이들의 운명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과 1960년대 초 비밀리에 체결한 '조·중 탈주자 및 범죄인 상호 인도협정'과 1986년 '국경지역업무협정', 그리고 1998년 적용한 '길림성변경(국경)관리조례'에 따라 탈북민을 월경(越境)죄를 범한 불법체류자로 규정해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왔다.
중국은 1982년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 등 다자 조약들에 가입했지만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경제적 이주자, 또는 불법체류자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자국에서 발견한 탈북민을 북한으로 송환하고 있다.
러시아도 불법 체류자나 탈북민을 강제 송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과 러시아의 탈북민 강제 송환은 국제관례상 모든 국가가 준수해야 하는 '난민 강제 송환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그렇다면 중국 등이 강제 송환한 탈북민은 북한에 돌아가 어떤 처벌을 받을까.
북한은 1990년대부터 탈북 경계를 강화했다. 탈북민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공개 처형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다.
북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북한 인권 백서 등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민을 단둥-신의주세관, 투먼-남양세관, 난평-무산세관, 싼허-회령세관, 카이산툰-온성세관을 통해 강제 송환한 뒤 접경 지역 보위부에서 약 2주간 1차적(기초 조사) 조사를 한 후 도 집결소를 거쳐 출신지 관할 인민보안서(경찰서)나 보위부 구류장으로 이송한다.
온성군, 회령시, 무산군, 혜산시, 신의주시 출신 탈북민은 해당지역 보안서로 이송한다. 이들이 출신 지역 보안서나 보위부 구류장으로 이송되면 그 곳에서 집중 조사를 받은 후 사법 처리된다. 보안서 조사 결과 사법처리 대상자로 분류되면 대체로 최소 1개월 이상 조사 기간(예심)과 기소, 재판에 이르기까지 약 3개월 정도 보안서 구류장에 구금돼 있어야 한다.
타 지역 탈북자들은 함경북도 청진, 양강도 해산, 평안북도 신의주에 있는 도 집결소로 이송한다. 집결소란 강제 송환 탈북민, 여행 목적지 이탈자, 공민증이나 통행증(출장 및 여행증면서) 미소지자, 여행기간 위반자, 부랑자, 사건 계류자 등을 조사하고 임시로 수감하는 시설이다.
탈북민이 급증하자 북한 당국은 함경북도 청진과 양강도 해산 등지에 집결소를 설치해 탈북민을 임시로 수감했다. 이들은 출신지역 담당 보안원이나 보위부원이 호송하러 올 때까지 짧게는 2~3일, 길게는 6개월까지 집결소에 대기하면서 채석장이나 농장에서 강제 노동을 한다. 청진의 도 집결소의 경우 비법월경자(도강자)와 강제 송환 탈북민이 많을 때에는 1500여명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거주지 시·군·구역 노동단련대에 수용되는 경우도 있다. 노동단련대란 감옥과 수용소의 중간 정도 형태 구금 시설이다. 노동단련대에 가면 15일에서 6개월간 수용돼 무보수로 강제 노동을 한다. 노동단련대 수용 능력은 100명 내지 2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된 탈북민은 교화소로 간다. 교화소는 주로 재판을 통해 3년 이상 형이 선고된 자가 수감돼 강제 노동과 교양을 통해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교화되는 교정시설이다. 대개 도 단위로 1개소가 설치돼있다. 탈북 후 강제 송환된 북한 주민이 비법국경출입죄로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후 주로 수용되는 곳은 전거리교화소와 개천교화소로 전해졌다.
교화소에 수용된 인원은 주로 농장, 건설, 봉제, 신발, 가죽가방 제작에 동원돼 강제 노동을 해야 한다. 일부 교화소에서는 석탄 채굴이나 금광 채굴을 한다. 교화소 주변 농장이나 채소밭에서도 일한다.
탈북민이 급증한 뒤부터는 재판 없이 노동단련형에 처해지고 있다. 2019년 9월 탈북한 탈북민은 강제송환자에 대한 처벌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며 "두만강을 건너려다 잡혔을 경우 노동단련대 6개월을 받고 중국에서 1년 정도 체류한 경우 노동교화형 1년을 받는다"고 증언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민 처벌이 크게 강화돼 노동단련대나 노동단련형보다는 노동교화형으로 많이 다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3년까지는 1차 북송의 경우 노동단련대 6개월 정도, 2회 이상 북송된 경우 노동교화형이 주어졌지만 2014년부터는 탈북 횟수에 관계없이 노동교화형이 부과되고 있다는 증언이 있다. 2019년 탈북한 50대 여성은 과거에는 단련대에 보내졌지만 최근에는 형벌이 강화돼 교화소에 보내지고 5~10년형을 받는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처벌 과정에서 탈북민은 인권 침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탈북민은 보위부 구류장에서 부위부원으로부터 조사 받는 과정에서 상습 폭행, 고문, 알몸 수색, 소지품 검사, 위생 검사를 받는 것은 물론 여성의 경우 자궁과 항문 검사를 비롯해 임신한 경우 강제 낙태 등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위부 구류장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부실하다. 위생과 의료 실태도 열악해 전염병과 같이 당장 치료가 필요한 경우 외에는 병에 걸려도 대체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 다만 치료비를 본인이 자비로 지불하면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요덕군 15호 수용소 혁명화 구역에 수감된 탈북민은 하루 10시간 이상 중노동을 통한 교양을 받는다. 작업 과정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상적인 고문과 폭행을 당하고 작업량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폭행과 함께 식량 배급을 줄이기도 한다. 수감자에게 공포심과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수용소 탈출 시도자나 절도, 말실수를 빌미로 공개 처형을 하고 있다.
교화소에 입소하는 탈북민은 알몸 상태로 검진을 받는다. 항문 등에 숨겨둔 금전이나 흉기 등을 찾기 위해 소위 '뽐뿌질(앉아 일어서 동작)'을 시킨다.
탈북민 가족도 처벌 대상이다. 김정은 집권 후 온 가족이 추방을 당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는 사례가 발생했다. 2016년 탈북한 한 주민은 2015년 이웃에 사는 한 부녀가 중국에서 강제 북송됐는데 나머지 가족들이 전원 양강도 운흥군으로 강제 추방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은 북한인권백서 2021에서 "북한이 국경 질서 위반 행위를 출입국법과 형법을 통해 처벌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출입국 문제는 국가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송환 이후 집결소, 구류장, 노동단련대, 교화소에서 조사, 재판 및 처벌을 받는 과정에서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초를 겪은 탈북민은 대남 공작 요원으로 파견되기도 한다.
북한 대남 공작 기관은 강제 송환된 탈북민 중 정보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 중에서 대남 공작원을 선발한 후 탈북민으로 위장시켜 합법적으로 남파시키고 있다. 원정화와 김미화는 성을 미끼로 대남 공작 업무를 수행하다 2008년 7월과 2009년 9월에 각각 체포됐다.
원정화는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이후 북한 보위부에 포섭됐다. 원정화는 2001년 10월 남파간첩 지령을 받고 조선족으로 위장한 후 한국 남성과 결혼해 국내로 입국한 후 성을 미끼로 대남 공작 업무를 수행하다 2008년 7월 검거됐다.
김미화는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에 들어가 2009년 9월 탈북자 신분으로 국내에 잠입해 대남 공작 활동을 수행하던 중 검거됐다.
이 밖에 2004년 5월 자수한 이창수(가명), 2010년 체포된 동명관·김명호도 위장 탈북 간첩이었다. 2010년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 김명호와 동명관은 위장 탈북해 한국에 들어와 황장엽씨를 암살하려다 정보 당국에 체포됐다.
전문가들은 강제 송환 후 탈북민이 겪는 고초를 고려해 북송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소연은 '국제인권법을 통해 본 탈북난민 인권침해 현황과 해결' 논문에서 "(중국 등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탈북난민의 신변 보호를 위한 난민 지위 획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제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나 탈북난민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받아야 할 처벌을 생각하면 이들은 분명 난민의 범주 안에서 국제적 보호 대상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영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강제송환 탈북자의 인권침해 개선방안' 논문에서 "현재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수만명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돼 인간 이하의 탄압을 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통일 시대의 소중한 통일 역군인 탈북자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지거나 죽어가고 있다. 통일 자원인 탈북자들의 상실은 통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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