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한 뒤 추락하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남학생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17일 오후 3시10분께 준강간치사 혐의를 받는 A(20대)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들어섰다.
경찰의 호송차를 타고 온 A씨는 "성폭행 혐의 인정하냐", "살해의도를 가지고 피해자를 3층에서 밀었느냐", "증거인멸을 시도했습니까", "왜 구조요청 안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상태로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 없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A씨는 "죄송하다"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A씨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고범진 인천지법 당직판사가 진행하고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B(20대·여)씨는 같은날 오전 3시49분께 인하대 캠퍼스 단과대학 건물 1층 앞에서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머리 부위에 피를 흘린 채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캠퍼스 내 폐쇄회로(CC) TV 영상 등을 토대로 피해자 B씨의 동선을 파악한 뒤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당시 A씨는 현장에 휴대전화를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탐문수사를 벌인 경찰은 A씨의 자택으로 찾아갔으며,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벌이다가 범죄 혐의점을 확인한 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A씨는 B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술을 함께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당초 A씨에 대해 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해 긴급체포 했다. 하지만 B씨가 당시 술에 취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고 죄명을 변경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증거 인멸을 시도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건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B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품 등을 확보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또 B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A씨는 경찰에서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인정했으나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밀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최근 범행이 일어난 단과대학 건물 3층에서 A씨가 B씨를 고의로 떠밀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실제로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수사요원들을 투입하고 해당 건물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술에 취한 여성이 3층 복도 창문에서 추락하는 상황을 실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가 떨어진 창틀과 건물 외벽 등에서 지문 등 유전자 정보(DNA)를 확보하고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이 일어난 인하대학교 단과대학 건물 앞에는 B씨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공간이 만들어 졌다. 인하대생들은 추모공간을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며 헌화를 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01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