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운동, 주요 투표 거부·연정 탈퇴 위협
우크라 무기 지원·생계비 지원 법안 대립
드라기, 과반 유지돼도 "존재 이유 없어"
일각선 조기 총선 주장…가을 선거는 이례적
13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오성운동을 이끌고 있는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생계비 지원 법안을 위해 마련한 자금이 충분치 않다"면서 14일로 예정된 표결에서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드라기 총리와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시나리오가 바뀌었다. 우리는 다른 국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만 백지 법안에 서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를 무책임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누가 이 상황에 진짜 책임이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콘테 전 총리는 최근 몇 주 동안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지난 2018년 총선에서 제1당으로 부상했지만 이후 지지율을 절반 정도 잃었다.
콘테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반대하며 드라기 총리와 각을 세웠고, 이에 오성운동의 '얼굴' 루이지 디마이오 외무장관은 지난달 의원 수십명을 데리고 탈당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오성운동이 연정에서 탈퇴해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한 기술적으로 과반 의석이 무너지진 않지만, 드라기 총리는 그럴 경우 국정 동력을 잃게 돼 내각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천명해 왔다. 드라기 총리는 "최후통첩을 받은 정부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 시점에서 정부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고 했다.
연립 여당과 야당 일각에선 정부가 무너질 경우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극우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이탈리아 국민은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고, 우파 '이탈리아형제들' 대표 조르자 멜로니는 즉각적인 총선을 요구했다. 이탈리아형제들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에 앞서 중도좌파 민주당의 엔리코 레타 대표는 "정부가 무너질 경우 우리는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의 다음 총선은 내년 봄으로 예정돼 있다. 가을에 총선이 실시될 경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이탈리아는 정부가 예산을 마련해 통과시켜야 하는 가을에 선거를 치른 적이 없어 2023년 이전 선거를 실시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이 경우 오성운동이 우선 투표에 참여하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연정 탈퇴를 연기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했다.
반대로 끝내 투표를 거부한다면 드라기 총리가 직에서 내려올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과반이 유지되고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총리직 유지를 요청한다면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정이 무너지면 이탈리아 대통령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또는 총리 교체, 새 내각 구성권 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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