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45건…집값 하락에 아파트 분양권 거래 '역대 최저'

기사등록 2022/07/14 06:30:00 최종수정 2022/07/14 08:33:43

작년 157건→올해 45건…3분의 1 수준 급감

서울 25개 자치구 중 13곳 분양권 거래 0건

기존 아파트 거래절벽에 분양권 거래도 가뭄

전매 제한·거주 의무 등 규제로 수요 위축돼

"이익 크지 않을 것이란 계산에 고수들 발 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자 분양권 거래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포함) 거래량은 총 45건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7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실거래 집계 기간이 보름 가량 남아있긴 하지만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수치 변동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2017년 상반기 5763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1493건, 2019년 945건, 2020년 480건, 2021년 157건 등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작년 상반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을 월별로 살펴보면 1월 8건, 2월 7건, 3월 9건, 4월 10건, 5월 5건, 6월 6건 등으로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쳤다.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부동산 정비사업 규제완화 기대감이 커지며 3월과 4월 들어 분양권 거래량이 소폭 증가하는 듯 하다 5월 들어서는 다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마포구(8건), 은평구(8건), 강남구(7건), 성북구(4건), 용산구(4건) 등에서 거래가 드물게 이뤄졌을 뿐 서울 전체의 절반이 넘는 13개 자치구는 한 건의 거래도 성사되지 않았다.

분양권 거래가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올해 들어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자 공격적인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분양권 전매 규제와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고 세금을 중과한 것도 분양권 거래시장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1월 서울 강남4구와 경기도 과천 지역 분양권 전매를 소유권 이전등기 전까지 금지하고, 2017년 6월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 조치를 계기로 분양권 거래가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거래 가뭄에 이어 분양권 시세도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59.99㎡ 분양권은 지난해 12월 11억5000만원(7층)에 거래됐는데, 올해 5월에는 같은 주택형이 10억5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 DMC센트럴자이 전용면적 84.85㎡의 분양권도 지난해 9월 17억2000만원(27층)에 거래됐지만 올해 2월에는 15억2650만원(17층)에 팔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집값 하락 국면을 예상케 하는 시그널이라고 분석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은 "분양권은  프리미엄을 계산하고 미리 선점투자하는 개념으로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는 투자 고수들의 영역에 가깝다"며 "투자 고수들이 발을 뺏다는 것은 규제 정책의 영향도 있지만 선점 투자했을 때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이어 "거래량은 가격에 3~6개월 정도 선행하는 지표"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거래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는 것은 분양권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 가능하고 분양권 가격이 하락하면 기존 아파트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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