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회화·고구려 벽화 등 생생히 구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관 2관. 관람객들은 눈을 떼지 못한 채 계속 감탄했다. 시선을 사로잡은 건 실감 콘텐츠 '조선시대 초상화'. 피부 주름과 점, 수염 한 올까지 섬세하게 표현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초상화 73점이 고화질로 생생하게 등장한다. 조선 제26대 임금 고종, 고종 아버지인 흥선대원군 이하응, 조선 초기 명재상인 황희, 조선 후기 대학자 송시열 등 역사속 인물들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접목돼 빛을 발한다.
장은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AI가 한국의 문화유산 데이터를 학습한 게 거의 없었다. 동양적 느낌의 실감 콘텐츠를 만들고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조선시대 초상화, 한국인들 얼굴 사진을 AI가 학습하게 했다"며 "우리의 것을 만들어내려는 과정이 의미 있었다"고 했다.
디지털로 재탄생된 초상화는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화면에서 어우러진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관람객 얼굴이 미디어 월에서 선택한 복식 차림의 초상과 결합돼 '나만의 초상화'로 변환된다. 60초 안에 원본 초상화와 다른 그림을 찾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초상화 속 인물·작가·복식 등의 정보가 담긴 디지털 아카이브 '한눈에 보는 초상화'도 구축됐다.
◆고구려 무덤 안에 들어간 듯...수장고·보존과학실 VR 체험
평소 접근이 불가능한 박물관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은 영상관 2관에서 VR 기술로 접할 수 있다. 박물관 옥상 정원이 보이는 창 밖을 보면서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디지털 실감 영상관 3관은 북한에 있는 안악3호무덤 등 고구려 벽화무덤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무덤 속에 실제로 들어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디지털 실감 영상관 2관에 가는 길목에 있는 '조선 사람들의 꿈, 평생도'는 원본의 훼손·변색·오염 부분을 원래의 색에 가깝게 디지털 복원한 실감 콘텐츠다. 화폭 속 인물들의 인생 파노라마가 빠르게 스쳐간다.
◆이인문 '강산무진도' 디지털로 부활...조선시대 사람들 꿈은?
중근세관에 마련된 디지털 실감 영상관 1관에서는 '책가도'등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삶의 행복을 기원하는 상징물을 담은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태블릿 PC를 이용해 '꿈을 담은 서재, 책가도'를 체험할 수 있다. 책장을 고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넣거나 사진 액자에 본인 얼굴을 넣을 수도 있다.
두번째 방에서 폭 60m, 높이 5m의 3면 파노라마 스크린이 눈앞에 펼쳐진다. 금강산의 사계를 담은 '금강산에 오르다', 정조의 화성행차와 낙성연을 재구성한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 등의 고화질 첨단 영상이 교차 상영된다.
조선후기 화가 이인문의 대표작 '강산무진도'는 한국 회화사에 유례 없는 걸작으로 꼽힌다. 김홍도와 함께 궁중 화원으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8미터가 넘는 화폭에 빼어난 산수 절경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았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산과 강이 끝없이 펼쳐진다. 콸콸 쏟아지는 폭포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백성들은 각자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한다. 배를 띄우고 물건을 옮기며 험준한 산도 오르락내리락한다.
게임하듯 옛날 그림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디지털 실감 영상관은 아이와 실내 나들이 하기 좋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2020년 5월 개관 후 누적 관람객 80만명을 넘어섰다. 박물관 상설 전시공간에 실감콘텐츠 체험공간을 본격적으로 조성한 국내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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