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로 출발해 장르 넘나드는 작곡가
멤버로 있는 프로젝트 '밤새' 정규 1집 '커뮤니케이션' 호평
'코드리스 퀄텟' '컬러리스 트리오' 활동도
개인 정규 5집 작업 중
![[서울=뉴시스] 서수진. 2022.07.11. (사진 = 서수진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7/10/NISI20220710_0001038343_web.jpg?rnd=20220710184319)
이성으로 무장된 감각을 사유하는 드러머 겸 작곡가 서수진의 권능이다. 작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최우수 연주 부문을 받은 그녀의 음악은 정련된 화법과 명료한 이미지로 감상을 실어나른다. 함부로 규정할 수 없는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난해(難解)하기보다 양해(諒解)해준다.
개인 정규 앨범을 네 장 낸 건 물론 '코드리스 퀄텟(Chordless Quartet)', '컬러리스 트리오(Coloris Trio)', 창작음악 프로젝트 '밤새(Baum Sae)' 멤버로도 활약할 수 있는 이유다. 드럼이 음악의 중심이 되는 특별한 정경을 선사한 그녀의 음악을 재즈로만 정형화하기엔 그 범위가 너무 넓다.
밤새가 최근 발매한 첫 정규 앨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통해서는 미디 프로그래밍에도 도전했다. 최근 개포동에서 만난 서수진은 "제한을 두지 않고 계속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서울=뉴시스] 밤 새(Baum Sae). 2022.07.11.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7/10/NISI20220710_0001038340_web.jpg?rnd=20220710184132)
"이미 각자 분야에서 경험이 있는 뮤지션들이 뭉쳐 '뭐가 효율적이고 어떤 게 좋은 협업일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재즈 쪽에서 오래 연주를 했으니까, 그런 익숙함에서 벗어나서 다른 장르에 기반을 둔 아티스트와 협업을 할 때 충분한 노력이 필요하다보니 작업이 확실히 쉽지 않았죠. 그럼에도 그런 과정을 거쳐 음반이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이미 많은 장인들과 국악이 기반이 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오셨는데요.
-클래식 피아노 연주로 음악의 길에 들어섰다고요? 그런데 드럼은 어떻게 접하게 된 건가요?
"피아노는 전문적으로 했던 건 아니고, 오랫동안 취미처럼 했었요. 그런데 음악은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드럼을 연주하게 된 건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주변에 음악을 나눠서 듣던 친구들이 있는데 악기를 하나씩 골라 연주도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먼저 나서는 성격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악기를 고르게 됐는데 그게 드럼이었죠. 그런데 그게 적성에 맞을 지 몰랐어요. 드럼은 치고 나서도 초반엔 관심이 크게 있지는 않았어요. 내 음악을 할 거고 어차피 악기를 다뤄야 하니까 열심히 한 거죠. 음악가를 꿈 꾸게 된 계기는 특별히 생각해보지 않았고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어릴 때 인터넷 카페 동호회에 들어 정기적으로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죠. 그때는 동호회 분들이 소개해준 유명한 밴드들, 라디오헤드나 너바나 이런 음악을 즐겨 들었어요."
"뉴욕 음악계가 생각보다 폐쇄적이에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배운 걸 뉴욕 재즈계에서만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확장시켜야겠다는 마음에 한국에 돌아왔어요. 바로 니어 이스트 쿼텟과 연이 생겼죠. 어떤 장르에 매이지 않고 그것에서 해방되려고 하는 콘셉트가 신선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드러밍도 정통 재즈에서 벗어나고 노력하면서 음악을 만들다 보니, 국악이랑 자연스레 친해졌죠. 그렇게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를 만나고 확장시키면서 제가 원했던 재즈의 자유함을 맛보게 된 거예요. 그걸 오히려 한국에 돌아와서 느낀 거죠. 스스로를 '재즈 뮤지션'으로 가둬두지 말고, 그냥 '순수하게 어떤 종류든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수진 씨의 음악을 '한국 창작음악(Korean Creative Music)'으로 명명한 거네요.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하시는 모습이 좋아요. 최근 새롭게 공부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이번 밤새의 음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처음으로 컴퓨터 음악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밤새 편성에 거문고와 드럼이 리듬 악기다 보니, 멜로디나 화성이든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저희끼리만으로 미니멀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제한적이지만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게끔 '컴퓨터 음악을 사용해보자'고 의견을 나눴죠. 컴퓨터 음악을 하는 멤버를 따로 영입하지 않고 제가 직접 하게 된 이유는 그것의 비중이 너무 커지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 어쿠스틱으로서 충분히 매력이 있는 거문고·판소리·드럼이 잘 작용하는 가운데, 음악적으로 조금 더 풍성하게 해줄 장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선에서만 사용하자고 의견을 모은 거죠. 아무래도 1인2역을 맡다 보니 어렵긴 해요. 미디를 사용한 라이브는 이번 여우락 무대가 처음이라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됩니다."
"편성의 성격이 다르다 보니까. 하나씩 번갈아 가면서 하면 환기가 되고 음악적으로도 갇히지 않아요. 작년엔 퀄텟 작업을 했고 올핸 밤새 앨범을 냈으니 내년엔 트리오 작업을 해요. 또 개인 정규 5집도 발표할 거예요. 지금까지는 팀 개념이나 프로젝트로 작업을 해왔는데 온전히 저한테 포커싱을 맞춘 작업도 고민 중이에요. 편성을 제한하지 않고 어떤 것이 주가 되든 '서수진의 음악'이요. 아직은 막연한데 컴퓨터가 주가 될 수도 있고, 그것이 꼭 드럼 중심이 아닐 수도 있어요."
-드럼 연주자로서 리드를 해온 것 그리고 아직도 일부에선 편견을 갖는 여성 드러머라는 시선을 뚫고 잘해오셨습니다. 그럼에도 힘든 과정을 많이 겪으셨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서 성과를 냈을 때도, 그걸 먼저 보지 않고 제 성별이나 외모를 먼저 평가하는 게 자연스런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아무리 칭찬이라도 제게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았죠. 저는 제 작품을 먼저 얘기했으면 좋겠는데 항상 여자이고 어리다는 것 그리고 제 악기가 드럼이라는 것에 집중을 먼저 하시니까요. 한편에서는 그게 장점이니 잘 이용해야 한다고 말씀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성향상 그게 잘 안 되는 사람이라 외모에 대해 칭찬하면 발끈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고등학교 때 남아 있던 악기라 선택했던 드럼이 지금은 수진 씨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졌어요. 제가 음악을 배울 때만 해도 드럼은 '애물단지' 같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밴드 안에서 잘 다루지 못하면 시끄러울 수 있고, 다른 어쿠스틱 악기에 비해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는 상황도 많고. 다른 악기는 절대 안 만져요. 바이올린은 곁에도 안 가죠. 그런데 드럼은 '아무나 쳐도 돼'라는 태도가 있는데, 그게 너무 슬펐어요. 드럼에 대한 이런 취급을 바꾸고 싶었죠. 얼마나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알았으면 했고요. 다른 악기는 어쿠스틱으로 시작해도 앰프를 연결해서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데, 드럼은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 조절해야 악기이기도 해요.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면서 20년을 다뤘는데 아직도 이 악기가 무서운 이유죠. 완전히 훈련하지 않으면 정말 폭력적인 소리가 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잘 훈련하면 정말 아름다운 소리가 나고 그럴 때 감동이 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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