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금인상으로 인한 고물가 심화 우려
산업계 곳곳에서 임금인상률 놓고 갈등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6월 소비자물가가 24년 만에 6.0%대를 기록한 가운데 노동계가 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압박 등을 감안해 임금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한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지난 2020년과 2021년 임금을 동결한만큼 올해 임금은 15%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노조에 따르면 임금 인상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종사노조 조합원 총 2054명 중 1193명(58.1%)이 반대했다. 찬성한 조합원은 861명(41.9%)이다.
정부는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업계에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추 장관은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에 크게 반발하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과 정부의 친기업 정책 방향에 대해 강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노사협의회를 통해 평균 9%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이지만 삼성전자 사무직노조 등 4개 노조는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임직(생산직) 노조와 기술사무직 노조와 별도 교섭을 진행 중이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기본급 12.8% 인상을 제시했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지만 기술사무직 노조는 이 비율을 15%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올해 임금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순이익의 30% 지급, 신규인력 충원, 정년 연장, 고용 안정, 임금피크제 폐지, 미래차 국내 공장 신설·투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13일까지 본교섭과 실무협의를 진행한 뒤 2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등 향후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도 하청노조 파업 등으로 악화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산업계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하반기 연쇄 파업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달 중순 20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고, 보건의료노조도 다음달 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다음달에는 15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추가로 열고, 오는 10월 총파업을 강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내외적 불안 요소가 가중된 상황에서 임금인상률도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면서 "제조업에서 시작한 임금인상 압박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사측은 뚜렷한 대책도 없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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