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위 의결 전대 룰, 비대위서 바뀐 게 시발점
안규백 전준위원장 사퇴, 친명계 기자회견 열어
우상호, 광주 일정 중 해명…"당무위서 깊이 논의"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규칙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의결한 전대 규칙안 중 일부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내용을 바꿔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날인 5일 위원장 사퇴 등 전준위의 반발을 불렀고, 친이재명계(친명) 인사들의 반발로도 이어졌다.
앞서 전준위는 당초 중앙위원회 투표로만 이뤄지던 당대표·최고위원 예비경선(컷오프)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도록 했다. 최고위원 선거에도 지역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강원-충청) ▲호남권(호남-제주)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현행 1인 2표인 최고위원 투표 중 한 표는 해당 권역에 출마한 후보에게 행사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컷오프를 다시 중앙위 투표 100%로 바꿨고, 최고위원 선거에는 전준위가 규칙안에 포함하지 않았던 권역별 투표제를 도입했다. 각 후보를 지역별로 4개 권역으로 나누고 최고위원 경선 때 1인당 2표를 주어 1표는 자신이 속한 권역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했다.
안규백 전준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있어서 최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고자 당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에 국민 여론조사의 반영비율을 신설·확대(예비경선 30% 신설, 본경선 10→25% 확대)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대표적인 개혁안 중 하나인 예비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 안을 폐기했다. 그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친명계 인사들도 반발했다. 이들은 이러한 전대 룰이 사실상 비이재명(비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반영을 제외하면 당내 세력을 잘 조직화한 후보들이 유리해지기 때문에 세력에서 밀리는 친명계 후보들에게 불리하다는 논리다.
김남국·김용민·박주민·박찬대·이수진·전용기·정성호·정청래·허종식 등 민주당 의원 38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4일) 비대위의 결정은 국회의원 등의 당내 극소수가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졸속 의결한 비대위의 결정을 거두고,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원 투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중앙위원급 위원만으로 예비경선을 치루게 되면,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의지가 담긴 후보들만을 투표에 부치게 되는 문제를 지속하게 된다"며 "전준위가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보완하려 했으나, 비대위가 막아선 것이다. 극소수 중앙위원급 위원들로 전당대회 본선 진출 기회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 선출 시 1인2표를 행사하게 되는데, 이 중 1표를 자신이 속한 권역 출신 후보에게 행사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당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자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 지도부의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한 것처럼 보이는데, 오히려 지역주의가 부활하고 우리 당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정당으로 갇힐 우려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도부는 권역별 대표자 연합체에 그치게 된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의원 다음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97세대 후보 중 한 명인 박용진 의원도 "전준위의 숙의 과정 조차 깡그리 묵살하고 소심한 변화마저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혁신이냐"며 "본 경선에서 민심을 반영하면서 예비경선에서 반영하지 않는 것은 그저 기존 룰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준위원이자 친명계로 불리는 김병욱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조사 반영 백지화는) 기존의 상층 중심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권역별 투표제는 노선과 가치에 따른 투표가 아닌 지역투표를 강제하는 발상"이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권리당원이 2표를 행사하면서 1표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나 나머지 1표는 자신이 속한 권역에 출마한 후보에게 의무적으로 행사하라니, 이런 해괴한 투표 방식은 무슨 근거로 나온 것인가"라고 했고, 정청래 의원은 SNS에 "최고위원 선거 2표 중 1표는 고향 사람 찍고 1표는 자유투표하라고? 고향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도 그래도 찍으라고? 고향사람 1명후보와 다른 지역 고향 여러명이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어디로? 이게 무슨 투표야?"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이날 광주에서 일정을 소화하던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해명에 나섰다.
우 비대위원장은 국민여론조사 배제에 대해 "컷오프 과정에서 중앙 위주로 하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린 이유는 후보가 10명이 넘는 경우 여론조사 컷오프가 어떤 변별력을 갖고,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냐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여러 관례로 보더라도 후보자가 다수인 경우 여론조사를 컷오프 기준으로 하면 변별력을 확보하는게 어렵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권역별 투표제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호남·충청·영남 출신 의원들이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다. 계속 수도권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는데, 다음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 여론을 청취해야 할 지도부에 호남·충청·영남 출신 의원들이 진입하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겠냐는 우려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또 우 비대위원장은 "저희 당 절차가 전준위, 비대위, 당무위 의결을 거치게 돼 있다. 한 가지 이야기할 것은 전당대회나 대선, 경선 룰에 관한 대립은 계속 있어 왔다. 논의 과정의 하나로 보고 원만하게 당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6일 예정된 당무위원회에서 전대 룰에 대해 깊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무위는 비공개로 이를 통해 내홍이 감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규백 의원과의 소통 여부도 주목된다. 안 의원은 전날 오후 우 비대위원장과 만날 예정인지 묻는 질문에 "당연히 기회되면 만나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런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권력싸움이나 뭘 주고 받고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당이 국민 앞에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쇄신할 수 있을지 밤을 새서라도 만나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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