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이상기류…당내 李비판 본격화
"걱정 필요없다"서 "달리면 되지"로
친윤 '李, 자기 정치로 尹 정부 부담'
강성 지지층, 李대표 선출부터 비토
李, '尹心어필' '혁신 드라이브' 대응
위기 넘겨도 '잦은 갈등' 개선 필요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진짜 위기'에 봉착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이상 기류가 본격적으로 감지되면서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당내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른바 '윤심'에 적극 다가가는 한편 '당 혁신 여론전'을 통해 위기 극복을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는 7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 징계 심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증거인멸교사 논란에 앞서는 '성 상납'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윤리위 징계 개시에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세상 필요 없는 게 이준석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윤리위 개최 전 회동했다는 보도에 대통령실이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징계 여부를 떠나, 이 대표 리더십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표면화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고 위기의식을 일부 드러냈다.
이 대표가 맞은 위기의 구조적 배경은 크게 두 갈래로 보인다.
◆"이게 대통령 돕는 당인가"에…李, '윤심' 직접 공략
가장 돌출돼 있는 환경은 당권을 둘러싼 '친윤' 그룹과의 갈등 구도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은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앞세우고 잦은 설화와 '성 상납 의혹' 등 개인 비위로 윤석열 정부에 부담을 준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의원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실명으로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인가"라고 토로한 일이나, 배현진·김정재 의원 등이 당 혁신위원회에 이 대표의 입김이 크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일 등이 이같은 상황을 드러낸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승장'임에도 곧바로 당권 위기에 봉착한 것은 당 주류 그룹이 비토론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과 인수위원회 기간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한 의원은 "2030 지지의 상징성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른바 '윤심'에 직접 호소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2일 윤리위 징계 심의 개시 이후 회의석상 발언을 멈추고 윤 대통령의 공약을 뒷받침하는 지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징계 결정일 전날인 오는 6일에는 첫 고위 당정회의(대통령실 참석)에 참석한다.
이 대표는 특히 지난 29일 경북 포항시의 영일만대교 부지와 국가해양정원을 찾고 30일에는 경주시의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했는데, 모두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내지 정책 기조와 깊은 관련이 있는 장소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1일 서울공항에 윤 대통령 마중을 나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그는 "'이번에 성과가 너무 좋았던 것 같다'고 하니까 웃는 표정이 나왔다"며 "'성과가 한국에서 보기에도 의미가 좋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강성 지지층 비토에…'혁신위' 드라이브 맞불
두 번째 위기 배경은 '성 상납 의혹'을 최초 제기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나아가 보수 정치권 일각의 친박 성향 전통적 지지층이다. '성 상납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 대표가 지게 될 형사적 책임과는 별론으로, 가세연은 최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 향응를 받았다'는 취지의 공세를 폈고 이는 '박근혜 시계'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전당대회 당시 대구 연설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시 전당대회가 3파전 구도였음에도 일반 여론조사에서 홀로 과반을 차지했으나, 역시 3파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원 투표에서는 37%에 그쳐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뒤졌다. 이 대표에 대한 지지층 일각의 비토론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혁신'을 주창하면서 당내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의 핵심은 결국 '철학 부재와 국정농단 사태로 실패한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지 말자'로 요약되고, 최근 징계 국면에서 이 대표와 가까운 당내 인사들은 '이준석을 쳐내면 자유한국당 회귀'라고 말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혁신위와는 문제의식 공유만 했다'고 선을 긋는 한편, 자신은 남은 임기 동안 호남 정치영역 확장과 청년 당원 확보를 중점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는 대선 대전략이었던 '서진정책'과 '세대포위론'의 연장이기도 하다.
◆징계 넘겨도…'이준석 리더십' 위기 재발 가능성
정리하면, 이 대표가 처한 위기 국면의 근본적 배경은 '친윤' 당내 주류 그룹, 그리고 당 지지층 일각과의 오랜 갈등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윤심 구애'와 '혁신 여론전'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윤심 구애'와 '혁신 여론전'은 각기 '친윤'과 '강성 지지층'에 대응하는 해법인데, 서로 교차해서 봐도 해당 사항이 있다. 만일 당 윤리위가 7일 이 대표에게 별다른 징계 처분을 하지 않을 경우 이 대표는 다시 전선에 복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정치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초까지 당권 주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이 대표는 '할 말 하는 30대'의 돌풍을 일으키며 당대표에 선출됐다. 그러나 대표 선출 후에도 SNS와 언론을 통해 잦은 설전을 벌여 분란을 빚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이 대표가 처한 당내 고립무원의 상황은 '친윤과 갈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당 구성원 다수가 이 대표의 능력과 공헌을 인정하지만, 불만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재역'을 자처하며 이 대표와 함께 대선을 이끈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퇴임하면서 "이 대표는 당 지지 확보에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면서도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가급적이면 단점보다 장점을 더 내세워서, 앞으로도 긍정적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친윤 그룹과의 당권 투쟁이라는 표면적 위기를 넘어 '이준석 리더십' 자체의 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스타일 변화를 통한 당내 지지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은 그만 했으면 한다. '말을 왜 그렇게 세게 하냐'(고 하는데), 태클을 세게 걸지 않나"라고 예의 주장을 펴면서도 "세게 들이받으니까 세게 얘기한 건 선거를 이기기 위한 것이고, 제가 '자기 정치'를 하면서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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