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원자재가 안정화 여부 불투명
국내 기업들도 본격 투자 활동 연기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물가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경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 위기'에 처한 국내 경제 상황이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현재의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상황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문일경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전경련을 통해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하반기에도 공급망 혼돈은 지속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안에 종료되더라도 파괴된 공급망이 회복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글로벌 공급망 병목과 13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원자재가 안정화 여부가 향후에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고물가가 지속되면 국내 소비까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이미 실적 부진을 체감하고 투자를 축소한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3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22년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지난 2분기(96)보다 17포인트 감소한 79로 집계됐다.
원료 수입 비중이 높아 글로벌 원자재가격 상승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은 자동차부품(69), 석유화학(63)과 비금속광물(61) 등은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기업의 절반 이상이 실적 부진을 이미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실적(영업이익)이 올해 초 계획보다 미달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이 54.9%인 반면, 목표치를 초과할 것으로 본 기업은 3.8%에 불과했다.
상반기 실적이 올해 초 계획에 미달했다고 응답한 기업들 열 곳 중 여섯 곳(62.6%)은 하반기 가장 우려하는 대내외 위기 요인으로 '물가·환율 변동성 지속'을 꼽았다.
전경련도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7월 BSI 전망치가 92.6을 기록했다. BSI가 100 이상이면 전월보다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를 뜻한다.
특히 제조업은 4월(94.8)부터 4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 이하를 나타냈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제조업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수급 차질을 겪고 있는 비금속 소재·제품(57.1)이 가장 부진했다. 소비 위축에 따른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 우려로 섬유·의복(63.6)도 부정적 전망을 보였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지난해부터 원자재가격 인상 등으로 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 등으로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의 75% 가량이 대내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본격적인 투자활동을 내년 이후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주요국과의 원자재 수급 협력 강화는 물론, 법인세제 개선, 규제 개혁 등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vi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