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내 160만회 접종분 백신 공급 계획
유럽, 임바넥스 사용 검토…미국서 수입 의사도
우리나라는 3세대 백신 없어 포위접종 어려워
백신 확보 경쟁 벌어지면 국내 도입 지연 우려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원숭이두창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각국이 백신 접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안정성이 강화된 3세대 백신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미국과 유럽의 백신 확보전이 치열해질 경우 국내 도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5135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6일 영국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약 8주 만에 확진자가 5000명을 돌파한 것이다.
영국(1077명)의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고 독일(874명), 스페인(800명), 프랑스(440명), 포르투갈(391명), 미국(351명), 캐나다(276명)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도 백신 접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 상황에 대응해 올해 안에 160만회 접종분의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다. 향후 몇 주 내에 29만6000회 분량의 백신이 공급된다. 미국은 감염 사례가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이 공급하는 백신은 덴마크 제약업체 바바리안 노르딕사가 개발한 3세대 두창 백신이다. 미국에선 '진네오스', 유럽에선 '임바넥스'로 불리는 이 백신은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019년 진네오스를 원숭이두창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유럽도 3세대 백신 사용을 위한 검토에 나섰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임바넥스(진네오스)를 원숭이두창 예방용으로 확대하기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 현재 EMA는 바바리안 노르딕의 정식 허가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백신의 공급 부족 우려에 따라 미국에서 진네오스를 수입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이 일제히 백신 접종 준비에 나선 것은 확진자 주변의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접종을 통해 확산을 억제하는 '포위접종(Ring vaccination, 링 백시네이션)' 전략이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숭이두창의 경우 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4일 이내에만 백신을 접종하면 감염과 중증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포위접종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접종 방법이 까다로운 1·2세대 백신만 보유하고 있어 일반인에 대한 접종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원숭이두창 진료를 담당할 의료진에 대한 2세대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감은 큰 편이다. 국내 원숭이두창 확진자의 접촉자는 중위험군 8명, 저위험군 41명 등 모두 49명이었는데 백신 접종에 동의한 사람은 없었다.
현재 방역 당국은 원숭이두창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3세대 백신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도입 일정과 물량이 확정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유행 때처럼 미국과 유럽이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설 경우 국내 도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1·2세대 백신은 중증 부작용 위험이 있고 임산부, 수유부, 면역 저하자, 아토피 피부염 환자 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 3세대 백신은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별로 없겠지만 1·2세대 백신은 일반 국민들에게 사용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링 백시네이션은 3세대 백신 확보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에서 백신 확보 경쟁이 벌어지는 모습이어서 국내 도입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은 확진자가 많은게 아니어서 몇백개만 가지고 있어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적은 수라도 당장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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