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서는 충북지사와 충북교육감, 청주·제천시장, 보은·옥천·영동·단양·증평·괴산군수가 새 인물로 교체됐다.
전임자의 출마 제한이나 불출마로 디펜딩챔피언 없이 선거를 치른 곳도 있으나 현직을 제치고 당선한 도전자들은 선거 과정에서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추진해 온 주요 정책과 사업이 민선 8기에 폐지되거나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회에서 이미 공론화한 사업도 적지 않지만 취임 이후 폐지 또는 축소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영동과 단양군수 당선자는 전임 군수 사업의 계승을 천명했고, 재선 또는 3선한 충주시장 등은 민선 6~7기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 속 무예마스터십 사실상 폐기 수순
민선 5~7기 충북도가 추진해온 세계무예마스터십이 폐지·축소 위기를 맞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무예마스터십을 냉소적으로 평가해왔다.
충북도 차원에서는 개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거나 사용 예산을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선 후에는 인수위원회에서 점검하고 판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부정적인 견해는 바뀌지 않고 있다.
김 당선자는 "이시종 지사가 공을 들인 사업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보겠지만, 나부터 이해되지 않으면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무예마스터십은 이 지사가 2016년 창설한 국제무예경기대회다.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는 2016년과 2019년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열었다. WMC는 유네스코 상임기구 지위를 얻은 데 이어 국제경기단체에 가입하는 등 국제적 위상을 강화했지만 예산 낭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8년 만에 보수 교육감 "행복학교 지속 약속 못해"
충북 교육은 8년 만에 보수성향 교육감을 새 수장으로 맞게 됐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앞으로 충북교육이 어떻게 변화할지 교육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병우 교육감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행복씨앗학교', '행복교육지구'는 존폐기로에 놓였다.
윤건영 당선자는 "현장 교사와 학부모 의견을 듣겠지만 (행복씨앗학교) 사업을 계속 이어간다는 약속은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씨앗학교) 장점을 살펴보고 학교 현장에 반영해 지속해서 추진할 만한 것인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옛 청주시청사 사라지나…존치 결정 수정할 듯
민선 8기 청주시는 민선 7기 시책 중 원도심 고도제한과 우암산 둘레길 조성, 신청사 건립 사업을 대폭 수정한다.
지난 2월 한범덕 시장이 성안동과 중앙동 일대에 묶은 원도심 경관지구는 건축물 높이를 최대 15층에서 그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재개발·재건축 제한도 최대한 풀어 원도심 경기 부양을 이끈다는 게 이범석 당선자의 구상이다.
민선 7기에서 일방통행으로 추진되던 우암산 둘레길은 기존 2차선 도로를 그대로 두고, 인도에 데크를 설치해 산책로로 활용하거나 차로가 없는 우암산 순환도로에 별도의 숲길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철거 작업에 돌입한 청주시청 신청사는 설계를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 이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현재의 설계와 기존 청사 본관 존치를 비효율적이라고 진단하고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설계 변경을 예고했다.
민선 7기에서 존치 결정한 옛 시청 본관을 철거하고, 그 공간을 포함한 밑그림을 다시 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심에서 다시 청풍으로…제천 관광정책 대변화 예고
민선 7기 이상천 시장이 주력한 도심 관광정책이 민선 8기 들어 청풍호권 외곽 중심으로 바뀔 전망이다. 김창규 당선자는 청풍호권 관광개발사업 8건을 민선 8기 중점 사업으로 채택했다.
제천시장직 인수위는 이 시장이 공을 들여온 의림지뜰 자연치유특구사업(드림팜랜드)에 대해서도 잠정 보류를 권고한 상태다. "사업 타당성 분석에서 경제적 편익 등을 과다 계상했다"는 게 인수위의 지적이다.
이 시장은 지난 1월 조직개편에서 도시성장추진단 아래 3개 팀으로 구성한 자연치유특구과를 신설하는 등 도심 관광인프라 확충 총력전을 펴 왔으나 부서 존립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 당선자의 이 같은 정책기조 설정에 관해 이 시장은 "진정성 있는 선택이라기보다는 민선 7기 색채를 지우기 위한 무리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괴산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원점 재검토
송인헌 괴산군수 당선자는 이차영 군수가 민선 7기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사리면 괴산메가폴리스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송 당선자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산단 예정지는 국·도비를 확보해 군이 매입하는 게 좋겠다. 인수위원회에서 농촌재생사업으로 아파트·전원주택 조성 등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지난 27일 찬반 양측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이재영 증평군수 당선자는 복합문화예술회관, 종합운동장 건설 등 민선 5기 주요 사업은 이어가면서 원도심 개발에 역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증평읍 송산리 택지개발지구가 활성화하는 반면에 원도심은 쇠퇴하는 양상이어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원도심을 되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속리산 비룡저수지 풍경단지 재추진 고삐
3선 연임 정상혁 군수가 퇴장하고 최재형 당선자로 수장이 바뀐 보은군은 민선 7기에 제동이 걸렸던 속리산 비룡저수지 풍경단지 조성사업, 제3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두 사업은 보은군의회가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민선 8기 보은군은 지방비로 충당하려 했던 비룡저수지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민자유치와 국비 확보 등을 통해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제3산단 조성사업은 민선 7기 때 삭감됐던 용역비 38억원을 9월 2차 추경에서 확보해 용역을 집행할 방침이다. 2024년 하반기 착공해 2026년 준공할 예정이다.
◇민선 8기 옥천군 '교육복지천국' 난항 예고
민선 8기 황규철 옥천군수 당선자가 야심차게 추진하려던 '교육복지천국' 실현은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그는 핵심 공약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누구나 행복한 교육복지천국이었다.
군립 스터디카페, 청소년 복합문화 센터 건립 등 교육복지 분야 투자를 약속했다. 취임 후 조직을 개편하고, 공무원과 교육분야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교육팀'도 신설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황 당선자는 김병우 교육감의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이어가고 관련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자치단체가 투자한 만큼 충북교육청이 예산을 매칭해 지원한다.
그러나 윤건영 충북교육감 당선자는 행복교육을 전면 폐지하거나 수정·보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황 당선자의 교육 공약사업계획 수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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