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하루 동안 강풍피해 신고 95건
여름철 더 바쁜 소방구조대…태풍·장마 탓
'벌집제거' 신고도 늘어…신고 과부하 상태
"처우 개선됐다지만 인력 부족…확충해야"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때이른 폭염과 장마 등 날씨의 영향으로 전국에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는 소방대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후 5시까지 하루 동안 강풍피해로 인한 신고 건수는 95건이다.
장맛비가 강풍을 동반하는 형태로 내리면서 도로 위 시설물이 쓰러지거나,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역 인근 보행로에 가로·세로 2~3m, 깊이 1.5m 규모의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길을 걷던 보행자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당시 내린 전국적인 폭우에 보행자가 다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잇따르면서 소방대원들을 필요로하는 현장도 크게 늘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폭염이나 태풍으로 인한 피해 구조가 소방활동의 주를 이룬다"며 "이번 주 같은 경우에는 장마가 시작되고 그 사이에 폭염도 (상황을) 계속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소방관들은 여름철 태풍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가장 버겁다고 입을 모은다. 강한 비바람으로 대형 구조물이 무너지는 등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구조대원으로 일하는 A씨는 "태풍이 오면 아파트 고층 같은 경우에는 베란다 유리문이 많이 깨진다. 강풍에 못 이겨서 유리가 깨지는데, 보통 아래에는 주차장이 있거나 시민들이 오가는 공간이라 굉장히 위험하다"며 "여름에는 이 아파트, 저 아파트 가리지 않고 신고가 들어온다. 소방대원들이 자체 해결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작업하다가 2차로 추락이라든지 다른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폭우로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서울 구로소방서 현장대응단 구소대 소속 김준희 소방교는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에서 일어난 사망사고에 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다. 지하로 50m 이상 내려가는 곳이었는데, 폭우가 이어지다보니 진입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방은 여름철 벌집제거 활동에 고충을 겪기도 한다. 벌은 6월부터 왕성하게 활동하는데, 8월 중순이 되면 가정집 밑에도 벌집이 지어져 소방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기도의 한 소방서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B소방교는 "벌집 신고가 너무 많이 들어와 화재 출동이 과부하 걸릴 정도다. 또 벌집 신고가 들어오면 대원들이 전용 옷을 입고 출동하는데, 그 옷은 한여름에 땀 배출 기능이 잘 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일원화되며 열악한 처우가 다소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력 문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B소방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소방관을 2만명 충원했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인원이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장비는 어느정도 갖춰진 상태인데, 거기에 따른 소방 인력이 따라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수도권의 경우 신도시가 계속 생기면서 소방서, 센터는 확충되는데 장비는 있어도 그걸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며 "고가의 장비를 세금으로 사놓고도 실제로 출동 못하는 경우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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