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 번째 월드 투어 '비 더 선' 출발
1만7500명 "아주 나이스"
미친 질주의 에너지를 보여준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의 콘서트 버전이 있다면, '세븐틴'(SVT) 무대가 그렇다. 퍼포먼스를 멜로디와 비트로 삼아 팬덤 '캐럿'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2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세븐틴의 세 번째 월드 투어 '비 더 선(Be The Sun)'의 첫 공연은 태양의 열기도 이길 정도로 미친 열정이 가득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7위를 찍은 세븐틴의 정규 4집 '페이스 더 선(Face the Sun)' 타이틀의 연장선상인 '비 더 선'은 '태양이 되다'라는 뜻이다. 솔직히 처음엔 다소 과한 표현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날 공연은 무려 2년4개월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자리. 세븐틴 멤버들은 사전에 체력 분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지만, 이들은 초반부터 거침 없이 내달렸다.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오른쪽 팔에 깁스를 한 정한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연 초반 '페이스 더 선'의 타이틀곡 '핫'을 시작으로, '마치' '히트'까지 연달아 부른 뒤 인사말과 공연 소개만 무려 30분 가까이(다행히(?) '몇시?' 호시가 15분 동안 인사를 하지 않았다) 이어졌다. 멤버들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무대와 마찰을 줄이기 위해 캐럿과 교감하며 윤활유를 채우는 중이었다.
다인원의 역동적인 구성은 인원이 많다고 과시하는 것이 아닌, 유기적인 움직임을 위한 최적의 배합을 찾아낸 결과였다. '퍼포먼스' '보컬' '유닛' 무대는 전체 그룹을 존중하면서도 각자 팀이 필요한 일을 나눠 하는 시스템 운영의 묘를 증명해냈다.
이렇게 이날 '비 더 선'을 이루는 모든 장면들은 이야기를 내포했다. 세븐틴은 한창 기세를 올리던 2020년 초 불가항력적인 일로 인해 월드 투어 '오드 투 유'를 중단해야만 했다. 이날 오프라인 공연 '비 더 선'은 그간 캐럿과 대면할 것을 상상하며 세븐틴 멤버들이 얼마나 벼르고 별렀는지를 증명해냈다.
이날 공연장에 운집한 인원은 1만7500명. 고척스카이돔 4층까지 가득 찼다. 4층도 잘 보이냐는 멤버들의 물음에 착한 캐럿들은 "네!"라고 답했다. 하지만 호시는 캐럿의 속내를 알았다. "먼 거 안다"고 했다. 승관은 "소외되는 좌석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실제 끊임없이 3, 4층을 챙기는 멤버들로 인해 태양의 흑점이 없었다. 태양 표면에서 강한 자기 활동으로 대류 활동이 방해를 받아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표면이 검게 보이는 영역이 흑점이다. 고척스카이돔 3, 4층 역시 아무래도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 열기의 대류가 방해 받을 확률이 큰데 멤버들이 그곳까지 열기를 쭉쭉 뻗어내 캐럿 좌석에 어느 하나 흑점이 보이지 않았다.
금강석이라고도 불리는 다이아몬드는 아주 단단한 광물로 귀하다. 예전 실험실에선 다이아몬드를 만들기 위한 연금술이 활발했는데, 세븐틴 멤버들과 캐럿은 공연장에서 이를 가능케 했다.
다이아몬드를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과 대단한 시간이 필요하다. 세븐틴과 캐럿은 소속사의 변화(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옛 빅히트)에 편입)와 코로나19 등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무형의 다이아몬드를 담금질하는 연금술을 이날 선보였다.
멤버 13명 전원이 전속계약 만료를 약 1년 앞둔 지난해 일찌감치 재계약을 한 것도 그런 노력 그리고 믿음에 기반했던 것이다. "13명이 다시 해낸" 연금술은 마술이 아닌, 태양과 같은 열정을 담은 노력이었다. 그래서 '비 더 선'이다. 마지막은 그 유명한 '세븐틴 : 대혼돈의 아주 나이스(NICE)버스'. 무한 나이스의 멀티버스 중독성은 집으로 돌아가도 끝나지 않았다.
세븐틴은 26일에도 같은 장소에서도 한 차례 더 콘서트를 이어간다. 양일간 3만5000석 규모다. 이번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비 더 선' 월드투어가 본격화된다. 이후 북미와 아시아 아레나 투어, 일본 돔 투어까지 총 20개 도시 27회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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