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잦은 '급성 백혈병'…치료비는 오로지 환자 '몫'

기사등록 2022/06/22 06:30:00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환자 80~90% 완전관해 후

60~70% 가량 재발…평균 생존기간 4.5개월 불과

재발 높이는 주원인 '남아있는 많은 백혈병 세포'

재발 위험 미리 관리하면 생존율 높일 수 있어

치료제 있어도 환자 전액부담…치료 문턱 낮춰야

[서울=뉴시스]혈액암의 일종인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은 재발율이 높고 재발될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아 재발 위험을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 국가암정보센터 제공) 2022.06.2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진단을 받은 윤모 씨(25)는 지난해 첫 번째 항암 치료에서 증상이 없는 '완전관해'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몸 속에 미세한 백혈병 세포가 남아있다가 재발될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재발이 걱정됐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재발 걱정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던 윤씨는 얼마 전 스트레스로 안면마비를 겪었다.

혈액암의 일종인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은 재발율이 높고 재발될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아 재발 위험을 미리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재발 위험 관리에 도움이 되는 치료제는 있지만, 환자가 치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해 치료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백혈병은 암 가운데 10~20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이 중 림프모구 백혈병은 림프구계 백혈구에 백혈병 세포가 발생하는 것으로, 혈액암 중 세 번째로 많다. 공격적이고 진행이 빠르고 림프구계 백혈구에 암세포 변화가 일어나면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으로 분류된다.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이 무서운 것은 재발이 잦고 일단 재발하면 예후가 좋지 않아서다. 2019년 영국 백혈병 자선단체 '루케미아케어(Leukaemiacare)'에 따르면 성인 환자의 약 80~90%가 완전관해에 도달하지만, 이 중 60~70% 가량은 재발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유럽혈액학회 공식 학술지 헤마토로지카(Haematologica)에 따르면 재발된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평균)은 4.5개월 정도이고, 5년 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을 치료할 때 재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재발 위험을 높이는 주원인은 골수 검사로 검출되지 않지만 체내에 남아 있는 미세한 백혈병 세포를 의미하는 '미세 잔존 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MRD)'이다. 미세 잔존 질환 치료는 재발을 예방할 뿐 아니라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7년 미국의학협회 종양학 학술지 '자마 온콜로지(JAMA Oncology)'에 따르면 미세 잔존 질환 양성 환자는 음성인 환자에 비해 재발 위험과 사망 위험이 72% 더 높았고, 10년 후 생존율 역시 4배 가량 낮았다. 

미세 잔존 질환 치료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적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루케미아 앤드 림포머(Leukemia & Lymphoma)'에 따르면 미세 잔존 질환 양성 환자는 삶의 질이 계속 낮았고, 음성 환자와 비교해 입원율이 높고 외래 방문 횟수가 많아 경제적 부담이 발생했다.

김병수 은평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은 재발 위험을 관리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미세 잔존 질환 치료는 재발 위험을 사전에 관리해 생존율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 잔존 질환 양성 환자는 재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도 최근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 완전관해 도달 후 미세 잔존 질환이 있을 경우, 치료 전략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정된 2022년 미국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존 치료를 통해 첫 번째 관해에 도달한 청소년·성인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환자 중 미세 잔존 질환이 검출된 환자에게 '블린사이토(성분명 블리나투모맙)'가 유일한 치료 옵션으로 권고됐다. 

국내에서도 블린사이토는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관해 상태의 미세 잔존 질환 양성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유일하게 허가돼 있다. 2018년 혈액학 분야 국제학술지 'Blood(블러드)'에 따르면 첫 번째 관해 상태의 미세 잔존 질환 양성 환자에게 블린사이토를 1주기 투여한 결과 83%의 미세 잔존 질환 관해율을 보였다. 또 장기 추적 관찰 결과 블린사이토 투여를 통해 미세 잔존 질환 음성을 달성한 환자는 장기간 생존해 완치에 가까운 치료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아직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다보니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 재발율이 높고 재발할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담이 커 많은 환자가 쉽게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에도 미세 잔존 질환 양성 환자를 위해 가이드라인에서 권고되는 허가 받은 약제가 있지만, 아직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미세 잔존 질환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환자들은 관해에 도달했더라도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병의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치료 접근성을 높여 환자들이 경제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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