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폴, 5년째 브랜드 순위 2위지만 점유율 자체는 하락세
스포츠·명품·온라인 브랜드 약진 '눈길'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패션업계에 전통의 강자가 지고, 신흥 강자가 뜨는 지각 변동이 뚜렷하다.
국내 패션업계 '빅3'로 불리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코오롱FnC는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반면 이 빈 자리를 휠라와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의류와 루이비통,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가 채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들 브랜드는 국내 패션 빅3의 점유율 감소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패션 시장 점유율 1~2위 브랜드는 최근 5년간 '유니클로'와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이 차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국내 패션 1위 기업으로, 빈폴로 패션 시장에서 위상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점유율 수치가 갈수록 낮아지는 등 빈폴의 옛 명성은 이미 저물고 있다는 평가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빈폴 시장 점유율은 2017~2019년까지 3년 간 2.5%를 유지하다가 2020년 2.4%로 내려앉았고 지난해에는 더 낮은 2.3%를 보였다.
빈폴은 2019년 브랜드 출시 30주년을 맞아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6년 만에 다시 손잡고 리뉴얼에 나선 바 있다. MZ세대를 겨냥해 빈폴의 서브 라인 ‘팔구공삼일일(890311)’을 야심차게 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소비자 외면으로 지난해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브랜드 신장률만 공개하고, 매출 규모는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빈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했고, 6월 셋째 주 기준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0%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매출은 증가세지만, 국내 패션 시장 평균 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빈폴 매출 성장률이 패션시장 전체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리서치 매니저는 "패션 브랜드 매출은 시장이 커지며 성장하지만, 매출 신장에도 점유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브랜드 신장률이 패션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은 43조3508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빈폴, 코오롱스포츠, LF 등 빅3 점유율 '내리막길'
빈폴이 국내 패션 시장에서 점유율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도 정체를 이어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은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0년 1조5455억원으로 한풀 꺾였고, 지난해(1조7669억원) 다시 1조 7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했다.
코오롱스포츠도 점유율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대표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는 2017년만 해도 시장 점유율 1.7%로 국내 브랜드 중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매년 점유율이 빠지며, 지난해에는 점유율 1.4%, 9위로 밀려났다.
LF는 급격한 점유율 변동은 없지만, 성장 정체는 마찬가지다.
LF 대표 브랜드인 닥스는 2019년부터 3년 간 점유율 1.9%를 유지하며 순위 5위를 달리고 있다. 헤지스도 2017년부터 0.8% 점유율을 이어오다 2020년부터 0.7%로 줄어든 뒤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이다.
◆ 국내 패션업체 빈 자리, '스포츠·명품'이 대신 채워
국내 패션업체 빅3의 점유율이 갈수록 줄어드는 동안 스포츠 의류와 명품 브랜드가 새롭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대표 브랜드가 휠라와 아디다스다. 휠라는 2017년 1%에 그쳤던 점유율이 코로나19 영향 아래 있던 2020년 2.1%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도 점유율 2%를 기록해 2년 연속 점유율 순위 3위를 지키고 있다. 아디다스도 2017년 1.7%에 그쳤던 점유율이 2020~2021년 2%로 성장해 2년 연속 점유율 순위 4위다.
명품 중에선 루이비통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점유율 0.1%를 유지하다 지난해 0.2%로 올라왔다. 구찌는 2017년 점유율 0.4%에 그쳤지만, 지난해 0.6%로 오르며 순위가 21위로 껑충 뛰었다.
문 매니저는 "스포츠 전용 브랜드로 여겨지던 휠라와 아디다스가 코로나19 기간에 점유율을 늘리며 상위 브랜드에 올랐다"며 "명품 의류도 고객 접근성이 늘며 순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기반의 브랜드 점유율 확대도 눈에 띈다. 개별 브랜드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지만, 이들이 대거 포진한 '기타'로 분류되는 브랜드 점유율은 2019년 36.4%에서 지난해 38.4%로 커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스몰 브랜드들은 강력한 팬 층을 형성하며 성장하고 있다"며 "온라인 패션 플랫폼도 스몰 브랜드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