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해양경찰이 지난 2020년 9월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해수부 공무원이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를 뒤집은 가운데 해경 내부에서도 비난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20일 해경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해경 조직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직원은 "(해경은) 2년 전까지 월북이 맞다고 확신하면서 브리핑을 했다”면서 “정권이 바뀌고 나서 제대로 확인을 해보니 월북 증거가 없다. 정권 입맛대로 브리핑을 한 사람은 한 계급 승진을 했다”고 꼬집었다.
해당 글에 댓글을 단 해경 직원도 “정권눈치 엄청 보면서 어떻게든 승진하려고 혈안 돼 있기만 하다”며 “경위 이하 직원들이 현장에서 죽어나든 말든 신경도 안쓰고 소모품 취급하는게 너무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직원은 "국제적으로 경찰이라는 조직이 이원화 돼서 존재하는 경우가 없다"며 "이번 기회에 해경을 없애서 구조·안전은 소방으로, 수사·범죄·정보는 경찰, 해상교통·해양수산·어업 관련은 해수부로 흡수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해양경찰청은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가 사망한지 9일 뒤인 2020년 9월 29일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그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당시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현 남해해경청장)은 “해양경찰 수사팀은 실종자가 북측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북측에서 실종자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고,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표류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근거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해경은 지난 16일 이씨가 ‘자진월북’을 했다는 중간수사 결과와 180도 다른 결과를 발표했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지난 2020년 9월 북한 해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소속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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