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방역 지침, 공연 물 뿌리기 금지 규정 없어"
야외 콘서트 마스크 의무…'떼창' 비말 생성 위험
"젖으면 바이러스 차단 기능 저하…벗기 쉬워져"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한 회당 300톤의 식수를 사용하는 가수 싸이의 '흠뻑쇼'에 대해 방역 당국이 방역수칙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마스크가 젖으면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흠뻑쇼' 외에도 여름철을 맞아 그와 유사하게 관객들에게 물폭탄을 터뜨리는 콘서트와 물총축제 등 행사가 줄줄이 예정됨에 따라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감염병 전문가들은 실외 공연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물을 뿌리면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떨어져 '무용지물'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싸이는 오는 7~8월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 수원, 강릉, 여수, 대구 등 7개 지역에서 총 10회에 걸쳐 '서머 스웨그(SUMMER SWAG) 2022' 전국투어 콘서트를 연다. 여러 명의 가수들이 참여하는 '워터밤 2022' 콘서트도 오는 24~26일 서울을 시작으로 8월까지 대구, 인천, 수원에서 물폭탄을 터뜨리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공연 외에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물총축제도 오는 7월 30~31일 이틀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일대에서 열린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일부 해제됐지만 실외라도 50인 이상이 관람하는 공연·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는 마스크 착용은 '의무' 사항이다. 많은 사람이 밀집해 모이는 그 자체로 호흡기 전파 감염병의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콘서트 등 대규모 콘서트는 '떼창' 등 함성으로 인해 비말이 쉽게 생성되는 환경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현재 방역지침상 공연 중 물을 뿌리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면서도 "일반적으로 땀이나 물에 젖은 마스크 쓰기를 권하지 않는다. 세균 감염 등 위생상 이유와 습기로 인해 호흡이 어려워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물에 젖는 마스크라면 세균 번식 등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마스크를 교체하는 등 적정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가 물에 젖으면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떨어지고 마스크를 벗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만큼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존재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규모로 밀집하는 콘서트에서 마스크가 물에 젖으면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며 "새로 마스크를 교체하지 않으면 감염 위험도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KF94나 KF80 등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는 마스크가 물에 젖으면 마스크의 미세한 구멍이 막혀 숨을 쉬기 어려워지고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대학가에서 열린 축제 이후에도 인근 편의점의 신속항원검사(RAT) 자가검사키트 품절 사태가 일어나는 등 20대 젊은 확진자가 늘어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방역 당국이 이 같은 물 축제 및 공연에 대해 방역수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함에 따라 향후 유사한 행사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을 뿌리는 공연으로 마스크가 젖으면 세균 번식 위험보다는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떨어지는 측면이 크다"면서 "다만 거리두기 등 많은 방역 규제가 해제된 상황에서 방역 당국이 지침 위반 등 유권해석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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