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기본역량진단도 개편 예고
구체적 방안은 연말 나올 듯…신중 속 관심
尹 '산업계 인재양성' 강조 속 우려 목소리도
개편이 가시화된 규제는 25년간 큰 틀이 바뀌지 않았던 대학 '4대 요건'과 대학 구조조정 관련 정책이라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관심이 크다. 교육계에서는 신중 기조 속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4대 정책 방향인 '체질개선 도약경제' 중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는 교육개혁의 명분은 단연 '인재양성'이다.
윤 대통령은 "민간 혁신과 신사업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를 걷어내겠다"며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 낙후된 교육제도"를 거론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정부가 말하는 인재양성은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고등교육 분야 제도를 광범위하게 손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경제정책방향에서는 학과정원·대학평가·학사관리·대학운영 등 전방위적으로 대학 규제를 손보겠다고 예고했으나, 이날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두 가지로 '대학 설립·운영 규정'과 '대학기본역량진단'이다.
첫째로 '대학설립·운영규정'은 이름 그대로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 갖춰야 할 교사(건물), 교지(땅),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에 대한 최소한의 확보 조건을 세부적으로 제시한 대통령령이다. 이른바 '4대 요건'이다.
지난 1996년 7월 문민정부의 5.31 교육개혁 당시 대학의 설립을 허가에서 준칙주의로 바꾸는 '대학 자율성 확대' 차원에서 만들어진 후 25년이 지난 지금 자율성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을 앞둔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4대 요건' 개편을 위한 정책연구용역에 착수, 오는 9월까지 연구를 마치고 이르면 연말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첨단 분야 현장 전문가가 교원이 될 수 있도록 교원 자격과 교원 확보율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대학가와 교육계 전문가들은 아직 교육부의 구체적인 '4대 요건' 개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 신중한 분위기 속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대 요건'이 대학가에 미치는 파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는 2020년 보고서에서 "김영삼 정부 시절 추진한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정책은 ‘규모의 경쟁’을 부추겨 지방대학 양적 팽창을 초래하고, ‘부실’대학을 양산해 지방대를 구조조정 주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둘째로 '기본역량진단'은 교육부가 이미 개편 방형성을 밝혔다. 교육기관으로서 기능을 못한다고 평가받은 최하위권 '한계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추가적인 평가 없이 재정을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의 출발점은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이다. 그동안 대학을 옥죈다는 반발에 자율성을 개편하는 방향으로 두 차례 개편이 이뤄져, 현재는 평가를 통과한 전체 상위 77%의 대학에 수십억원 규모의 국고인 일반재정지원(대학혁신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교육부가 밝힌 방향성이 제도로 구현되려면 대학에게 '평가 없이 국고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재정 당국의 반대가 예상됐지만, 이날 경제정책방향에서 "선(先)재정지원-후(後)성과관리"라는 개편 방향이 나오면서 적어도 부처 간 공감대는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기본역량진단 개편 방안을 오는 12월까지 내놓을 방침이다. 새 방안으로는 앞으로 2년 뒤인 오는 2024년 대학들을 가려 뽑겠다는 계획이다.
백 소장은 "평가라는 굴레에 놓였던 대학들은 '선 지원 후 평가'를 요청해 왔다"며 "성과지표가 무엇이 되는지 봐야 하나 대학 현장에서 평가 부담을 낮추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교육개혁의 명분으로 내세운 '인력양성론'을 들어 무분별한 대학 규제 완화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이날 경제정책방향에 "인력 양성이 교육의 한 부분일 수는 있지만 전부가 되면 안 된다"며 "1968년 박정희 정권의 국민교육헌장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라고 돼 있는데 현 정부의 인력공급론은 이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송 위원은 "대학 4대 요건은 시대변화에 맞게 조정돼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대학 설립이 쉬워지면 등록금을 편취하고 이른바 '먹튀'하는 대학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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