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도권 분양물량 지난달 대비 54.8% 감소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정비구역 분양일정 연기
전문가 "가격 현실화 수준", "선순환 오래걸려"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내집 마련을 위해 수도권 청약을 알아보고 있는 30대 회사원 A씨는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가 너무 적어 올해 청약통장을 몇 번 쓰지도 못했다. A씨는 "요즘 청약 넣을 곳이 너무 없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가 완화되면 분양가가 너무 올라 청약을 쓰지도 못할까봐 더 걱정"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빠르면 이달 내로 분양가상한제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이 사라지고 있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분양을 예고했던 단지들도 속속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1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 7613가구로, 지난달(1만6852가구)에 비해 54.8%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더라도 43.8% 감소한 수준이다.
전국 5월 아파트 분양 실적 역시 총 2만3521가구로, 당초 계획됐던 물량인 3만3000가구의 70% 수준에 그쳤다. 또 6월 분양계획물량은 1만6000여가구로 5월 계획물량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건산연 관계자는 "5월 물량이 대폭 줄어든 것은 분양가격 관련 완화 정책 기대감에 분양 시기를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며, 특히 분양가 규제가 집중된 수도권 분양 중심으로 줄어들었다"며 "6월 분양계획물량이 적은 것은 정책에 대한 기대심리와 상반기의 저조한 주택시장 분위기 탓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은 이달 중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오는 9월로 일정이 미뤄졌다. 중랑구 중화1구역을 재개발한 '중화 롯데캐슬 SK뷰' 역시 오는 7월 잡혀있던 분양 계획을 9월로 연기했다.
또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펜타스'는 당초 지난달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하반기 이후로 분양이 연기됐다. 송파구 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는 지난해 예정돼 있던 분양 일정이 밀린 뒤로 향후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 뿐만 아니라 동대문구 이문1구역, 은평구 대조1구역, 서대문구 홍은13구역, 경기 광명시 광명2구역 등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 현장이 일정을 미룬 채 정책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분양가상한제 개편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설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가격 현실화 수준의 개편일 뿐 분양시장 자체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길게는 4~5년간 집값 상승 효과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은 규제를 완전 폐지하는 것은 아니고 완화하는 수준일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급자들이 급기야 공급을 안하거나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문제들이 장기적으로는 공급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보니 가격을 현실화한다는 것으로, 가산비와 관련된 부분들을 일부 조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로 분양가상한제에 걸리는 재건축 단지들이 일정을 많이 미루고 있는데, 다들 지금 분양가에 만족을 하지 못해 밀리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분양가상한제를 풀게 되면 당장 분양가가 오르고,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 시세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일단 분양가상한제를 풀면 건설사가 이익을 남기기 위해 공급을 많이 할 것이고,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듯 하지만 그렇게 선순환이 일어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공급의 시차성 때문에 그 효과는 윤석열 정부가 끝나는 4~5년 뒤쯤 나타날텐데 그 사이에 집값이 오르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