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값에 울고 웃는 에너지공기업…전력도매가 91% LNG 영향

기사등록 2022/06/11 12:00:00 최종수정 2022/06/11 13:43:43

LNG 가격 28% 오르자 전력도매가도 28% 상승

전력도매가 91.3%, LNG 발전 가격으로 결정 돼

한전 영업이익 직결되는 SMP, 가스 가격에 영향

산업부, 사전에 LNG 가격 적절하게 통제했어야

전문가 "英 처럼 전기·가스 동시 감독 기구 필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한국전력공가사 1분기 5조7000억대의 영업손실을 비롯해 올해 17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10일 오전 서울시내에서 시민들이 전력량계 앞을 지나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는 17조 4723억원이다. 2022.05.10.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올해 전력도매 가격의 91%가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한전)이 1분기 역대 최대 적자(7조7869억)를 기록한 가운데, 전력도매가에 영향을 크게 주는 발전용 LNG 가격을 적절하게 통제하기 위한 제도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가스공사 LNG 열량단가와 전력도매 가격 추이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오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가스공사 LNG 열량단가는 1월 9만5733원에서 2월 12만2513원으로 28% 오른 뒤, 3월 11만2889원, 4월 12만131원으로 11~12만원대를 유지했다. 이후 5월 8만2318원으로 전월대비 31.5% 급락했다.

같은 기간 한전이 발전사에 지불하는 전력도매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도 육지 기준으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1월에서 2월 LNG 단가가 28% 증가할 때 육지SMP도 28%가 상승했으며, 4월에서 5월 LNG 단가가 31.5% 떨어지자 SMP도 3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참고).

이같은 변화는 전력시장의 독특한 가격결정 구조에 기인한다. SMP는 가장 비싼 발전기의 비용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발전 단가가 가장 높은 LNG 가격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매시간 가격이 책정되는 SMP의 가격결정 횟수와 비율을 비교해도 LNG 가격 영향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월~5월 전체 SMP 결정시간은 총 3624시간(24시간×151일)이었다. SMP는 24시간 동안 매시간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1~5월 총 3624회의 가격 결정이 이뤄졌다.

1~5월 총 3624회의 SMP 가격결정 가운데 LNG 발전 가격으로는 3308회(91.3%)가 결정됐으며, 이 밖에 ▲유연탄 285회(7.9%) ▲중유 30회(0.8%) ▲원자력 1회(0%)순이었다. LNG에 의해 사실상 가격이 통제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한전 영업이익에 직접 영향을 주는 SMP가 LNG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정부가 사전에 LNG 가격을 적절하게 통제해 위험을 분산하는 등의 노력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올해 LNG 등 국제 에너지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가스공사는 반대로 1분기 9126억원으로 역대급 영업이익을 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LNG 가격 급등 속에서 LNG 가격 대신 발전사에 지급하는 SMP 가격을 통제하는 상한제 도입을 예고하면서 오히려 민간 발전사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AP/뉴시스]2021년 1월 14일 독일 비스마르항에 입항한 러시아 파이프라인 부설선 포춘호. 이 특수 선박은 독일-러시아 노드스트림2 가스관 건설 공사에 사용되고 있다. 2022.03.29
SMP 상한제는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도매시장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상승하면 한시적으로 평시 가격을 적용해 한전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전에 전력을 파는 발전사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민간 발전사들이 직도입하고 있는 LNG보다 더 높게 설정된 가스공사의 LNG 가격을 근거로, 가스공사가 적정한 가격에 LNG를 도입했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스공사는 발전소 상황과 경제전망, 기온전망 등을 고려해 안정적인 수급관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민간 직도입 물량과 가격 차이가 있는 만큼 적정한 시기에 적정한 가격으로 샀는지 경영판단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LNG 가격 결정 구조와 관련해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하고 있지만, 약 80%의 장기계약 선물과 그외 현물 등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SMP와 LNG 가격을 두고 공기업 간 책임 공방이 제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해외처럼 전기와 가스를 통합해 감독하는 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가스공사가 경쟁력 있게 가스를 도입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검증할 수가 없다"며 "영국 같은 경우, 전기와 가스 요금을 동시에 감독하는 전기·가스위원회를 두고 있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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