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공정위 "담합도 해운법 절차·내용에 맞게 하라는 것"

기사등록 2022/06/09 14:43:08

공정위, 한~일·한~중 항로 담합 제재 발표

"전형적인 가격담합…경쟁제한성 있었다"

"선사들, 공정거래법 위반 명확하게 알아"

한~일 15개 선사 시정명령·과징금 800억

한~중 27개 선사에는 시정명령만 부과해

"양 정부 간 공급량 제한…파급효과 미미"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2.05.31. yulnet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한국~일본, 한국~중국 항로에서 17년간 가격을 담합해 적발된 국내외 선사들은 '담합을 안하면 다 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하지 말라고 한 적 없다. 해운법에 따라 절차·내용에 맞게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일, 한~중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저희가 처리해야 하고, 접근해야 하는 전형적인 가격담합"이라며 "경쟁사 간 가격담합이 있었고 경쟁제한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운업계나 해양수산부가 얘기하는 건 담합을 안 하면 다 망한다는 것"이라며 "저희가 담합하지 말라고 한 적 없다. 해운법에 따라 절차나 내용에 맞게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사들은 자기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라며 "그래서 다양한 수단으로 은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한~일 항로에서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76차례 운임을 합의한 15개 선사(14개 국적선사, 1개 외국적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800억원(잠정)을 부과했다.

또한 한~중 항로에서 2002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68차례 운임 합의가 이뤄졌고, 이와 관련된 27개 선사(16개 국적선사, 11개 외국적선사)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공정거래법은 다른 법령에 따라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해운법은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일정한 절차상·내용상 요건 하에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에 적발된 국내외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절차적 문제 뿐 아니라, 내용적 한계도 크게 이탈해 불법적인 공동행위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한-일, 한-중 항로에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해상운임 담합에 대해 제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2.06.09. ppkjm@newsis.com

다음은 조홍선 국장과의 일문일답.

-한~일 항로에는 중징계를 했는데 한-중 항로는 시정명령만 했다. 구체적 이유를 설명해달라.

"한~중 항로의 경우에는 공동행위의 유형이나 형태, 내용 등에서 한~동남아, 한~일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한~중 항로의 경우 1993년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운임 협정이 맺어졌다. 그에 따라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매년 해운회담이 개최돼 실제적으로 한~중 항로에 있어서 양 정부 간 공급량을 제한해 왔다. 그 부분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있다. 경쟁이 어느 정도 제한된 상태에서 운임 담합을 했기 때문에, 운임 담합으로 발생하는 경쟁제한 효과나 파급효과 등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노선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를 안 했는데, 그러면 이 정도 수준의 담합 행위는 앞으로도 계속 허용된다는 건가.

"시정조치를 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똑같은 행위를 한다면 시정조치 불이행으로 바로 형사 처벌 대상이다. 지금과 같은 유형으로 해운법상 절차나 내용적 한계를 벗어난 선사들은 한~중 항로의 경우에도 당연히 불법이다."

-아직 거론되지 않은 미주나 유럽 지역 항로에도 이런 사건들이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가.

"한~동남아, 한~일, 한~중 항로 같은 경우는 저희 국적의 선사들 비중이 높은 조금 특수한 케이스다. 미주나 유럽 쪽은 인지된 사항도 없고 가능성도 작은 것 같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아예 운임에 대한 카르텔 자체를 검증하고 있고, 미국도 운임 협정을 하면 신고하게 돼 있는데 최근 신고한 케이스가 없는 걸 보면 실질적으로 운임 카르텔 자체가 제도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한~동남아, 한~일, 한~중과 같은 기준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정명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기본적으로 한~일, 한~중, 한~동남아 똑같이 해운법이나 기준 범위를 초과한 불법적인 담합 행위를 향후에 하지 말라는 조항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총 부당이득은 얼마나 되나.

"구체적으로 계산하지 않았고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번 담합행위로 소비자들이 받는 피해가 있나. 만약에 있다면 피해 규모를 추산할 수 있나.

"당연히 담합을 하면 담합 주체들이 경쟁 가격보다 높게 받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쟁 상태에서보다 거래 상대방이 그만큼 손해를 본다고 할 수 있다. 선사들의 공동행위로 인해 결국 화주들이 손해를 본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금액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담합된 가격의 차이가 있고 물량을 곱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이었을 때 가격 수준이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업계에서는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공동행위 자체를 담합으로 몰아가는 과도하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경쟁이 과도하면 해운업계가 모두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그런 해운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대한 공정위 입장은 무엇인가.

"업계 측의 선사들 입장을 충분히 고려했고 고민했다. 서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절차적 흠결이기 때문에 경쟁제한성이 없다, 위법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저희가 처리해야 하고, 접근해야 하는 전형적인 가격담합이다. 경쟁사 간에 가격담합이 있었고, 그 가격담합은 어느 나라도, 어느 학자들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쟁제한성이 있다. 경성카르텔이라고 하는 가격담합에 대해서는 경쟁제한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없다. 선사들의 가격 카르텔이기 때문에 경쟁제한 효과는 분명히 있다. 다만 거꾸로 해운법상 정당한 행위냐를 보는 거다. 설사 경쟁제한성이 있고 공정거래법상 위법 행위라고 하더라도 해운법상 정당한 공동행위라면 공정거래법이 적용 안 된다. 다만 해운법에도 우리 판례에 의하면 절차나 내용에 맞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하도록 돼있다. 그런 측면에서 절차 위반이고 내용 위반이기 때문에 해운법상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해운업계나 해수부가 얘기하는 건 담합을 안 하면 다 망한다는 거다. 저희들이 담합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해운법에 따라 절차나 내용에 맞게 하라는 거다. 선사들은 자기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수단으로 은폐한거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봤는데도 한~동남아 항로처럼 따로 검찰 고발을 안 한 이유가 무엇인가.

"한~동남아가 하나의 케이스가 됐다. 그것을 기반으로 제재 수준이나 형태는 비슷하기 때문에 한~동남아도 고발이 안 됐고 형사 제재 쪽으로 안 갔기 때문에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해수부하고 앞으로 긴밀하게 관련 제도 개선을 어떻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건가.

"기본적으로 공정위 입장에서는 수출입 화주들의 피해가 예방될 수 있도록 해운당국의 선사 공동행위 관리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제도 개선 쪽으로 해수부와 얘기되고 있다."

-해운법 관련해서도 어떻게 합의가 되고 있는 건가.

"해운법 개정안도 지금 국회에 가 있지만 또 다르게 해수부와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협의 중이다. 이런 부분은 조만간 해수부에서 정리해 발표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한-일, 한-중 항로에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해상운임 담합에 대해 제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2.06.09. ppk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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