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 이후 택시 기사 폭행 잇따라
2021년 운전자 폭행 건수 전년 대비 47.2%↑
운전석과 승객 사이 보호 격벽 설치도 방법
처벌 수위 높이는 한편 인식 변화 이뤄져야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택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개정돼 운행 중 택시기사를 폭행하면 가중처벌 되지만, 관련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랑경찰서는 술에 취해 택시기사에 발길질을 하고 출동한 경찰에게도 폭행을 가한 40대 남성을 폭행, 재물손괴, 공무집행방해, 모욕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코로나19 일상회복 전후로 폭행에 노출되는 택시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노원구에서는 술에 취한 20대 여성 승객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하는 60대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통계상으로도 운전자 폭행 사건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2021년 연도별 운전자 폭행 사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425건에 머물던 전국 운전자 폭행 사건은 지난해 4261건(잠정)으로 무려 75.7% 급증했다. 전년도인 2020년 2894건과 비교하면 1년새 무려 47.2% 증가했다.
이에 차량 내부에 보호격벽을 설치해 택시기사가 폭행에 노출될 가능성 자체를 줄이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호격벽'은 운전석과 승객이 주로 타는 뒷자석 사이에 설치되는 투명한 벽을 말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에서는 격벽 설치가 정착돼 있고 호주는 차량 내 폐쇄회로(CC)TV 및 격벽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지자체에서 설치 비용을 절반 가량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버스는 보호격벽 설치가 의무사항인 반면 택시는 그렇지 못해 미미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택시 운전석 보호 칸막이 설치를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운전자 폭행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 의원은 차량 정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일시 정차한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에도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택시기사 폭행이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 간 갈등으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있어 인식 제고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교통사고 사건을 주로 전담해온 정경일 변호사는 "운전기사 폭행, 협박이 가중처벌 받는 이유는 대중을 위험에 빠뜨리고 또 다른 2차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보통 택시기사 폭행은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기 때문에 술 먹고 술주정한다고 하면 경찰에서도 단순한 폭행, 협박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가 법적 대중교통으로 인정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택시기사에 대한 인식 변화도 아직까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술 취한 상태에서 택시 기사와의 관계 설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나를 태워주는 사람, 나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바래다 주는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이 없기 때문에 평상시엔 존중하지만, 만취 상태에서는 폭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또 "보호격벽의 존재 자체가 승객에게는 '마음의 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물리적 벽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 벽의 역할을 함으로써 승객 입장에서도 거리감을 갖게 해 폭행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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