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대만유학생 숨지게 한 혐의
1·2심, 징역 8년…첫 대법원서 파기환송돼
'윤창호법' 위헌 결정 탓…징역 8년은 유지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 대만인 유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두 번째 대법원 판단 끝에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윤창호법' 위헌 결정으로 모두 다섯 차례의 재판을 받았지만 기존에 선고된 형량이 유지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53)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윤창호법을 적용하지 않으면서 기존처럼 징역 8년을 선고한 판결이 A씨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에 대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원심에서 인정된 범죄사실 일부를 무죄로 인정하면서 같은 형을 선고해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재판부는 "피고인만이 상고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한 경우,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을 뿐"이라며 "동일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환송 전 판결과 동일한 징역 8년을 선고한 데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1월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에서 혈중알콜농도 0.079%의 음주 상태로 차량을 몰다가 국내에서 유학 중인 20대 대만인 여성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달 23일 옛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해당 청원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1심은 "이 사건으로 만 28세의 피해자가 젊은 나이에 사망하는 비극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피해자 가족들의 충격과 고통, 슬픔을 헤아리기 어렵다. 유족과 지인이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검찰 구형보다 많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도 "유족은 엄중하고 합당한 처벌을 바라고 있고, A씨 처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전적 보상이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첫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A씨에게 적용된 윤창호법 조항을 이유로 재판을 다시 진행하도록 했다.
A씨는 2012년과 2017년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300만원과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던 상태에서 이번 범행으로 윤창호법이 적용됐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윤창호법 조항에 관해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위헌 결정으로 형벌에 관한 법률이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 해당 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범죄로 되지 않은 때에 해당한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옛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 등을 적용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윤창호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지만 첫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징역 8년의 형량은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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