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후보자 음주운전…유사 사건 판결들
같은 혈중알코올농도 3m 운전 벌금 500만원
30m·200m 음주 운전자도 벌금 500만원 선고
전문가 "만취인데 벌금 선고유예 이해 안돼"
박 후보자 "20년 지난 현재까지도 깊이 반성"
8일 뉴시스가 대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이용해 확보한 10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박 후보자와 같은 혈중알코올농도로 음주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를 받았을 경우 벌금 500~700만원이 선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판결문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01년 12월17일 오후 11시께 음주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251%로 파악됐고, 박 후보자에게는 벌금 2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이 2002년 9월12일 내려졌다. 박 후보자 측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이 확정됐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형을 면제해주는 종류의 판결이다.
당시 도로교통법상 술에 취한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05% 초과)에서 운전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었다.
형법 제59조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제51조에 명시된 양형 조건인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후의 정황을 고려하여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에는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한다.
박 후보자의 경우, 판결문에 선고유예를 결정한 이유나 근거는 나와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원이 공개하고 있는 판결문(2013년 1월1일 이후 확정)들을 토대로 박 후보자와 같은 수치의 혈중알코올농도로 음주운전을 한 혐의를 받은 피고인들의 형량을 비교한 결과에선 모두 선고유예 선고가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혈중알코올농도 0.251%는 면허취소 수치(0.08%·현재 기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박 후보자 사건 당시(0.1%) 기준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상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이라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뉴시스는 음주운전 외 병합된 혐의가 없고, 박 후보자와 같이 약식기소된 후 정식재판이 청구된 사건들을 추려서 비교했다. 박 후보자의 상황과 가장 유사한 하급심 판례들이다.
2013년 3월20일 오후 3시20분께 한 편의점 앞에서 약 3m를 운전한 A씨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0.251%로 파악됐다. 양형에 영향을 미칠 별건 혐의도 없었다.
2015년 7월20일 30m를 이동한 B씨(혈중알코올농도 0.251%·이하 동일)도 벌금 500만원을, 2015년 8월3일 200m를 운전한 C씨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700m를 운전한 D씨도 같은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불상의 거리를 운전했거나 최대 10㎞를 음주운전한 피고인들도 벌금 500~700만원을 선고받았다. 700만원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2명이었는데, 그 중 1명은 택시기사였다.
법원이 공개하고 있는 판결문들과 박 후보자가 선고를 받은 시기가 10년 이상 차이 나고, 그 사이 법률도 개정됐다. 그렇기에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현재 공개된 판결문 중 가장 시기와 형태가 유사한 판례들이다.
통상 음주운전 사건은 ▲음주운전 전력 여부 ▲직업이 운전수인지 ▲무면허 운전 여부 ▲교통사고 발생 여부에 따라 형량이 갈린다고 한다.
장정일 법무법인 L&L 대표 변호사는 "당시는 음주운전에 비교적 관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절대적인 수치가 바뀐 것은 아니다. 운전대를 잡기 전 만취한 것인데 선고유예가 내려진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무죄판결이 3~4%라면 선고유예는 1% 수준이다. 무죄보다도 더 적은 경우인데, 선처한 이유가 명확하게 있어야할 것 같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것인지,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지난 5일 인사청문회준비단을 통해 "변명의 여지 없는 저의 실수이고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국민께 심려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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