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그린마더스클럽'서 한국계 프랑스인 연기
승무원·모델 거쳐 배우로…30~50대 기혼여성 사이 인기 실감
"모니터링 하다가 TV 끄기도…부족했지만 70점 주고파"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최광록(31)은 아직까지 배우로 불리는 게 어색하다. 제주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 모델 생활을 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 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오디션 제의를 받았을 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컸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 꿈을 꾸며 한 길만 판 이들만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번도 연기를 배워본 적 없었지만,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끌렸다. 한국계 프랑스인 '루이 브뉘엘'은 극의 중심을 이루는 만큼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캐스팅된 후 지난해 6~7월께부터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모델 생활할 때 '로이'로 활동했는데, 연기하면서 본명으로 바꿨다. 교포가 아닌데 이질적일 수 있으니까. 교포인 줄 알았다고? 순 국내파다.(웃음) 고향은 대전이고, 유학을 갔다 온 적도 없다. 여행 다니면서 외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웠다. 원어민 수준은 아니지만, 의사소통 가능하고 어느 정도 공부하면 토론도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초등학교 커뮤니티의 민낯과 동네 학부모들의 위험한 관계망을 그렸다. 브뉘엘은 '이은표'(이요원)의 옛 남친이자 '서진하'(김규리) 남편이다. 라하나 PD가 최광록을 캐스팅한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초반에 다소 연기가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프랑스 가정에 입양돼 한국말이 어눌한 캐릭터와 결이 맞았다.
여기에 불어와 영어까지 소화해야 해 어려운 점도 많았을 터다. "지인들도 '불어가 제일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는데, 언어적인 것 보다는 연기로 서사를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초반에 루이는 절제되고 비밀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고, 후반에는 빌런으로 활약하지 않았느냐. 진하와 어떤 이유로 '쇼윈도 부부'가 됐는지 설명하고, 은표와 갈등을 만들면서 비주얼적으로 카타르시스도 안겨줘야 해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반에 초등학교 어머니의 교육열에 초점을 맞췄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진하를 죽인 범인을 찾는 데 관심이 쏠렸다. 6회에서 진하는 사망했고, 김규리(43)는 12회에 브뉘엘 내연녀이자 양누나 '레아 브뉘엘'로 다시 등장했다. "처음 캐스팅됐을 때는 후반부 이야기 변화를 몰랐다. 8~9부 극본 받았을 때쯤 결말을 알았다"며 "중후반부로 갈수록 치정, 살인, 불륜 등이 나오니 '산으로 가는 거 아니냐'는 시청자 반응이 많았지만, 오히려 미드(미국 드라마) 느낌이 나서 좋았다"고 짚었다.
물론 연기하면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PD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루이는 사이코패스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다"며 "루이는 입양된 누나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뤄질 수 없어서 진하를 선택했다. 진하 죽음을 방조했는데, 오열하지 않았느냐. '소시오패스인가? 루이의 마음은 무엇일까?' 혼란스러웠지만, 진하의 죽음에 관해 힘들고 괴로운 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배우들에게 둘러싸여 기가 눌리지는 않았을까. 김규리, 이요원(42)을 비롯해 추자현(43), 장혜진(47), 주민경(33) 등 총 5명이 주인공을 맡았다. "승무원 생활하면서 많은 사람과 소통 해 선배들과 관계에서도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며 "내 연기하기 바빴다. 스태프와 관계를 부드럽고 유기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귀띔했다. "요원 선배는 쿨하고 털털하다. '네 마음대로 해. 맞춰줄게'라는 식이다. 신인인데도 걱정하지 않게끔 해줬다"며 "규리 선배는 기능적인 스킬을 알려줬다. 카메라 앵글 앞에서 어떻게 연기해야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 등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이요원, 김규리와는 러브신이 많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첫 촬영이 요원 선배와 키스신이었다. 너무 떨렸다"면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바보처럼 '진짜로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할 수도 없으니 '루이는 어떻게 키스할까?' 등 상상을 많이 했다. 교포라서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처럼 하진 않을 것 같았다. 디테일적 부분을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그린마더스클럽은 해외 반응도 뜨거웠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넷플릭스 1위에 올랐다. 1회 2.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는 최고 시청률인 6.2%로 막을 내렸다. 최광록 역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30대 중후한부터 50대까지 기혼 여성들이 많이 좋아해 주더라"면서 "모델 활동할 때는 '나이대 어린 분들에게 설득력이 없는 비주얼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 하면서 팬들이 인스타그램에 '벽이 느껴진다. 완벽' '섹시하다' 등 주접 댓글을 달아줘서 재미있었다"고 했다.
"스스로 70점 정도 주고 싶다. 연기가 많이 부족했지만 나름 디테일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캐릭터가 현실과 동떨어졌는데, 시청자들이 잘 받아 들여줘서 다행이다. 사실 모니터링 하다가 TV를 끈 적도 있다. 너무 못해서 보기가 싫더라. 연기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지만, 고민도 많이 해야 해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9개월 동안 난관을 극복하고 잘 도달한 것 같다."
최광록은 요즘 가장 행복하다. 그린마더스클럽을 통해 연기에 푹 빠졌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행복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연기가 정말 좋다. 난 축복 받은 것 같다"고 하는 이유다. "늙을 때까지 할 수만 했다면 연기를 하고 싶다. 이번에 캐릭터 파워가 강했는데, 계속해서 깨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당장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내가 가진 이미지가 강렬하기 때문에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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