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계파갈등 속 의원모임 해체 선언…통합이냐 친명계 압박이냐

기사등록 2022/06/03 15:43:29 최종수정 2022/06/03 15:46:16

이병훈 "이낙연계 의원 친목모임 해체…당내 분란의 싹 도려내"

친문 최재성 "당내 선거용 의원모임이 분열의 거점…해체해야"

정세균계 광화문포럼 해체 선언…"더 큰 통합의 정치 지향"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열린 서울 첫 집중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며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명예선대위원장, 정세균 상임고문, 이 후보,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박용진 공동선대위원장. 2022.02.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정진형 기자 = 6·1 지방선거 참패 충격으로 친이재명(친명)계와 친문재인(친문)계 간 계파갈등이 분출한 더불어민주당에서 3일 의원모임 해체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차기 당권이 걸린 8월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갈등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통합을 기치로 한 해체 선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반대로 친명계 계파 해체를 압박하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

친문계 대선주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이병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국회의원들의 친목모임을 해체하기로 했다"며 "지난 대선 경선 당시에 이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은 당시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몇 차례 친목을 다진 바 있다. 이 모임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이 새로 태어나기 위한 노력을 계파싸움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고 문제의 핵심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서로 간의 불신을 넘어야 새로 태어날 수 있고 민심을 되찾을 수 있다. 이번 친목 모임 해체 결정이 당내에 남아 있는 분란의 싹을 도려내고 당이 새로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밤 이 전 대표와 측근 의원들은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오는 7일 미국 유학을 위한 이 전 대표의 출국 전 환송회 자리였지만 지선 패배 이후 당 상황에 대한 의견도 오간 것으로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대선과 지방선거 패인 분석 필요성을 제기하는가 하면 이것이 계파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참석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란의 싹 제거'를 명분으로 한 이낙연계의 친목모임 해체는 그 연장선인 것으로 풀이된다.

친문 핵심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친명계와 친문계 양쪽에 내분 자제를 촉구하면서 의원모임 해체를 주장했다.'

최 전 수석은 "이번 선거는 이송역(이재명-송영길)에서 출발해서 윤박역(윤호중-박지현)에 비상 정차했다가 김포공항에서 끝난 선거"라며 "친명은 윤박역이 문제였고 이재명이라서 더 망할 것 선전했다고 하고 반명은 이송역때문에 망했다고 한다. 양측의 어떤 교집합도 없는 상황에서 해결의 출구가 생길 리 만무하다"고 썼다.

이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객관적인 평가다. 대선과 지선을 물론 지난 5년의 우리 당의 모습에 대한 입체적이고 총체적인 평가가 우선"이라며 "당내 선거용 의원 모임은 다 해체해야 한다"며 "당권투쟁 개인정치의 온상이고 분열의 거점이니 말이다"라고 했다

민주당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도 이날 선제적인 계파 해체를 주장하며 해산을 선언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혁신을 위해 광화문포럼 해체 및 계파정치 종식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취재사진) 2022.06.03. photo@newsis.com
광화문포럼 회장인 김영주 의원과 운영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화문포럼 소속의원 61명은 더 큰 통합의 정치를 지향한다"며 "이제는 포럼으로서가 아닌 의원 개개인으로서 민주당의 재건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재건은 책임정치에서 출발한다. 당내 모든 계파정치의 자발적 해체만이 이룰 수 있다"며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식의 훌리건 정치를 벗어나는 속에서 가능하다. 국민이 공감하는 유능한 정당의 변화 속에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낙연계와 정세균계 등 친문 진영의 잇따른 의원모임 해체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통합 제스처에 가까운 모습이다.

차기 당권이 걸린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계파정치 해체로 파국을 막아보려는 움직임이란 것이다.

그러나 친문 진영의 의원모임 해체가 친명계 견제를 위한 것이란 정반대의 해석도 나온다.

선제적으로 의원모임 해체를 선언함으로써 친명계의 계파 차원 움직임을 묶어놓기 위한 것이란 논리다.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계파 논리로 반박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formati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