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군수 출생지…유명호 청천면, 홍성열 사리면, 이재영 감물면
1923년 충북선 철도 개통으로 외지인구 유입한 신흥 상업도시
[증평=뉴시스] 강신욱 기자 = 속담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박힌 돌을 흔히 '토박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바닥나기', '본토박이', '토인(土人)'이라고도 한다.
토박이는 사전적 의미로 '한 지역에서 대대로 살아온 사람'을 이른다. 보통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100년) 이상 한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고전적 토박이'들로 형성된 집성촌이 사라지고 인구 이동이 잦다 보니 요즘에는 지역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거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지역에서 살면 토박이로 보고 있다.
2일 개표가 완료된 이번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이 토박이란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충북 증평군수 선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번 증평군수 선거는 홍성열 현 군수가 '3선 연임 초과 제한'으로 불출마하면서 애초 9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난립 현상을 빚었다.
오랫동안 정치 활동하고 증평을 터전으로 살아온 후보가 대다수였다.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고전적 토박이'에서부터 '현대적 토박이'까지 다양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역 연고가 상대적으로 낮은 후보가 내로라하는 토박이들을 물리치고 앞으로 4년의 군정을 이끌 군수로 당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영(58) 당선자가 그 주인공이다.
이 당선자는 9급 공무원에서 시작해 2급 이사관(충북도 재난안전실장)에까지 올라 '9급 공무원 신화'를 낳았다.
그는 지난해 9월 정년 3년을 남기고 명예퇴직해 정치 신인으로서 가시밭길을 택했다.
더구나 증평은 그가 태어난 곳도 아니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면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증평읍사무소에서 근무했고 반려자를 증평에서 만나 처가가 있다는 것.
증평군수 선거는 고전적 토박이의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2003년 8월30일 지방자치단체로 승격한 증평군에서는 지금까지 여섯 차례 군수 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초대와 2대에 유명호 군수, 3·4대와 현 5대에 홍성열 군수, 다음 달 1일 임기를 시작하는 6대 군수까지 3명이다.
이들 세 군수의 공통점이 있다면 출생지가 괴산군이라는 것.
증평초를 지내고 지금까지 증평에서 거주하는 유 전 군수 출생지는 괴산군 청천면이다. 유 전 군수의 뒤를 이어 3선 군수직을 수행하고 있는 홍 군수 역시 괴산군 사리면에서 태어나 증평중, 증평공고를 졸업하고 줄곧 증평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괴산군 감물면에서 태어났다.
증평군수는 이처럼 충북 내 대부분의 지역과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증평군수 선거에서 왜 이런 결과가 이어지고 있을까.
증평군의 인구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증평군 주민등록 인구는 3만6916명이다. 증평읍 3만5102명, 도안면 1814명이다. 증평읍에 군 전체인구의 95.1%가 몰려 있다.
토박이 비율이 높은 도안면과 달리 증평읍은 상대적으로 토박이 비율이 크게 낮다.
증평읍은 1923년 충북선 철도가 개통하고 외지에서 많은 사람이 유입되면서 신흥 상업도시로 성장했다.
토박이 비율이 인근 지역과 다른 배경이다.
여기에 괴산군에서 분리 독립한 게 불과 19년 전이다. 청주시와 인접한 증평군에는 괴산군에서 이주한 인구가 적잖다. 청주에 직장을 두고 증평에서 출퇴근하기도 편하다.
증평군 인구가 많이 줄지 않고 3만 6000~7000명대를 유지하는 것도 청주와의 접근성이 좋은 데서도 기인한다.
이 때문에 증평군수 선거에 출마하는 지역 출신 후보들은 ‘증평 토박이’를 섣불리 내세우지 못한다. 적어도 정치 감각이 있다면.
이번 지방선거에 나섰던 한 후보는 "증평 인구 구성을 면밀히 분석하면 증평 토박이란 말을 함부로 꺼낼 수 없다. 전체 인구의 절대 다수가 외지에서 태어나 증평에서 생활하고 있어서다"라며 "증평지역 선거는 지연에 얽매이기 보단 주민 정서를 잘 이해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야 승산이 더 높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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