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연봉 한도 제한' 풀리나…당국 '고심'

기사등록 2022/05/30 11:18:38 최종수정 2022/05/30 13:27:43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 1859조를 기록하며 9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말 대비 6000억원 감소한 185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2022.05.2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 수준으로 제한하는 조치의 종료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시중은행에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00%로 축소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행정지도를 통해 신용대출 한도 제한을 올해 6월 말까지 유지토록 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신용대출 한도 제한 조치를 다음달 말 예정대로 종료할 경우, 오는 7월부터 고소득자들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이전처럼 연 소득 1.5~2배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조치 종료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가격 변수와 관련해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힌 점, 또 올해 가계부채 관리 방향을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시스템관리로 단계적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미뤄볼 때 규제 연장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추경호 경제부총리-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지난 정부에서 금융을 하나의 유틸리티(전기·가스 등)처럼 여기다 보니, 공공성을 강조하며 과도한 규제·개입이 있었다"며 "낡은 규제와 감독·검사 관행을 쇄신하고 금리·배당 등 가격변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어느 정도 안정화 됐다는 것도 조치 종료 가능성을 높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온 가계부채 증가세는 강도 높은 대출규제와 급격한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올 초부터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년동월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달  3.1%로, 1년새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4월 10%까지 치솟았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 3월 4%대로 내려온 데 이어 지난달 3%대까지 낮아지며,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급증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급속도로 감소한 모습이다. 올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4~5%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감소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월부터 차주단위 DSR 규제 적용 대상이 총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들로 확대되고, 대출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가계부채 총량은 자연스럽게 관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시중은행들도 지난달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강화되기 이전 수준으로 속속 복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용대출 한도 제한을 풀어줄 경우, 가까스로 안정시킨 가계부채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지난달 주담대가 소폭 늘고, 신용대출 관리 완화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감소폭이 전월 대비 축소되면서 전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액은 전월 대비(-3조6000억원) 대비 1조3000억원 늘어 연초부터 지속된 감소세가 멈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것이 신규대출이 감소했다기 보단 상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그런데 신용대출 한도가 살아나면 제도권 밖으로 몰렸던 차주들이 다시 1·2금융권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가까스로 안정시킨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해 공약이 실현된 것이 없어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 체감 효과가 큰 신용대출을 풀어줄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다만 신용대출은 단기간 내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당국 입장서도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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