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시장 재격돌에 정의당 후보 가세
선거법 위반·성추행 등 연일 '흠집내기'
정책선거 실종에 유권자들 실망감 팽배
지역 표심도 양분…정의당 선전 관심
[목포=뉴시스] 박상수 기자 = "목포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것소. 축제는 아니더라도 선거판이 네편, 내편으로 나뉘어 싸움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아쉽네요."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28일 오후 목포 중앙시장 인근에서 만난 한 시민은 목포시장 선거를 둘러싸고 연일 이어지는 선거법 위반과 성추행 등 폭로전에 쓴소리를 내 뱉는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 나왔다"는 40대 김모씨는 "후보들이 자신들의 정책을 알리기에도 시간이 빠듯할텐데, 지금 목포시장 선거는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정신이 없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목포시장 선거는 전현직 시장이 4년 만에 리턴매치로 치러지면서 전남지역 최대 격전지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 김종식 후보와 무소속 박홍률 후보의 양강 구도 속에 정의당 여인두 후보가 뒤를 쫒는 형국이다.
민주당 김 후보와 무소속 박 후보는 4년 전인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맞붙어 292표(0.25%) 차이로 김 후보가 승리했다.
아깝게 패한 박 후보는 지난 4년간 지역에서 활동의 폭을 넓히며 와신상담, 설욕을 준비해 왔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여론조사 등에서도 두 후보는 엎치락뒤치락하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유권자들의 표심도 극명하게 양분되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는 옹호하지만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거부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이날 중앙시장 순댓국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50대들도 후보들의 선거법 위반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불미스런 일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김 시장은 부인이 선거법에 걸려 빠져나올 수 없다면서…"라고 말하자 "박 후보는 도덕적으로 그래서는 안되제"라고 맞받아친다.
시장 재임시절 공적을 두고도 공방은 벌어진다. 20년간 잡화상을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지난 4년간 김 시장이 뭣을 했다고는 하는데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상인이 말을 받아 "우리가 몰라서 그라제. 그래도 김 시장이 해놓은 일이 많지. 행정 하나는 깔끔하게 잘한다잖아"라고 맞대응했다.
한 유권자들은 "사전투표는 하셨느냐"는 질문에 선거에 관심이 없는 듯 고개를 젖는다. 목포역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이모(58)씨도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이 누가 당선되듯 뭔 상관이겄소. 우리는 선거에 관심이 없소"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택시 타는 손님들마다 지금 후보들 좋다는 사람은 별로 없습디다. 수십년간 지지했던 민주당도 그렇고…"라고 말을 흐렸다.
그래도 선거는 참여하겠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선창가에서 만난 주민들은 선거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려하면서도 "투표는 해야제"라고 말했다.
25년간 건어물 가게를 운영한다는 이모(62·여)씨는 "먹고 살기가 힘들다"면서 "투표는 하겠지만 누굴 찍을 것인지는 아직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코로나로 손님이 떨어졌는데 그나마 최근에는 되살아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옷색깔을 보고 찍지 않겠다"면서 "사전투표를 미처 하지 못해 며칠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목포는 오랜 민주당의 텃밭이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 반(反)민주당 정서도 만만치 않다. 예전의 맹목적인 지지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종식 후보와 무소속 박홍률 후보의 각축 속에 정의당 여인두 후보의 선전도 그래서 기대되는 대목이다.
여 후보는 "목포시장 선거가 두 후보의 난투극으로 변질되면서 아이들이 볼까 부끄러운 선거판이 돼 버렸다"면서 "목포를 바꿀 새로운 선택을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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