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상승', 집값은 '주춤'…2030세대 영끌족 어쩌나

기사등록 2022/05/30 06:15:00 최종수정 2022/05/30 09:25:44

한국은행, 15년 만에 2달 연속으로 기준금리 인상

서울 아파트값 3주 연속 보합…매매수급지수 하락

금리 인상기, 주택 매매 전 충분한 대출 계획 짜야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용산구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붙은 매매 안내문 모습.  2022.04.08.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금리가 더 오르면 앞으로 이자를 어떻게 낼지 막막합니다."

지난 27일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뉴시스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금리 인상 소식을 듣고, 한숨부터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러다 영영 집을 못 살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무리해서 내 집을 마련했다"며 "금리 인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모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을 통해 서울 노원구에 내 집을 마련했다. 현재 최씨의 월급 절반 이상이 원금 상환과 이자 등 금융 비용으로 나가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아 뒤늦게 내 집을 마련한 이른바 2030 영끌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15년 만에 2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사실상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상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젊은 영끌족들의 불안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했으나,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 이자는 늘어나면서 2030세대 영끌족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의 집값이 흔들리면 주택담보대출부터 신용대출까지 받아 집을 산 영끌족이 타격을 입을 거라는 얘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1.5%였던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기준금리가 5차례 오른 것으로, 2달 연속 기준금리가 오른 것은 지난 2007년 7, 8월 이후 15년 만이다. 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다음 금리 인상이 언제일지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수개월 내에 추가 인상을 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서울 아파트값은 3주 연속 보합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 강남과 서초 등 일부 고가 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전반적으로는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전세가격 안정, 매수심리 위축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강북에선 지난주보다 0.01% 가격이 내렸다. 하락 폭은 지난주와 동일하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 용산구는 재건축 단지 위주로 가격이 상승해 지난주에 이어 0.05% 상승했다. 노원구(-0.02%), 성북구(-0.02%), 마포구(-0.01%) 등 다른 지역 대부분은 매물이 누적되면서 하락세를 유지했다.

강남권에선 지난주에 이어 0.01% 상승했다. 서초구(0.04%)는 한강변, 잠원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강남구(0.02%)는 삼성동, 대치동 재건축 위주로 상승했다. 송파구(-0.01%)는 매수세 위축으로 3주 만에 보합에서 하락으로 전환했다. 양천구, 동작구, 영등포구는 0.01% 올랐다.

[서울=뉴시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5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0.6으로 지난주 90.8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3주 연속 하락하고 있어 매수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매매수급지수는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0.6으로 전주(90.8)보다 0.2p 하락했다. 이달 첫째 주 91.1을 기록한 뒤 3주 연속(91.0→ 90.8→90.6)으로 하락했다.

용산구가 있는 도심권(90.8)과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96.5), 여의도·목동 등이 포함된 서남권(92.3)은 지난주에 비해 내려갔고, 동북권(86.2)과 서북권(86.9)은 소폭 상승했다.

일각에선 영끌로 집을 산 2030세대에게 일종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리인상기에 대출 이자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영끌족이 집을 매도할 수 있도록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와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갭투자 등 투기세력에게 시세차익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현재 양도세는 1주택자라도 보유 기간이 2년 이내면 60~70%를 부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시기가 본격화하면서 주택 매매에 앞서 충분한 대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의 여파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이 금융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투매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이자 부담도 커지면 아파트 매수심리도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앞으로도 한두 차례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며 "집을 매매하기에 앞서 자신의 감당할 수 있는 금융 비용이 어디까지인지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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