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남은 것은 사랑"
5년 만에 발매한 정규 3집 '더 라스트 싱 레프트' 호평
올해 결성 10주년…10월부터 북미 투어
인디팝 밴드와 펑크 밴드, 부산의 랜드마크와 한국 인디신의 총아 등 다양한 층위를 무람 없이 오간다. 잘 정제된 멜로디와 노랫말이 잘 정련된 연주와 보컬을 타고 부유한다. 사색과 명료함, 그리움과 단호함, 청량함과 뭉근함, 몽환성과 현실감각, 혼신과 담백함이 뒤엉켜 바다처럼 출렁이며 어떤 감정 하나 소외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은 것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는 정규 3집 '더 라스트 싱 레프트(The Last Thing Left)'는 감정의 연금술이 된다. 좀 더 팝적이면서 좀 더 록적이고, 좀 더 대중적이면서 좀 더 전위적인. 그걸 세이수미가 최근 발매한 정규 3집에서 해냈다. 현재 가장 청춘다운 사랑가(歌)이자 모험가(歌)를 듣고 싶다면, 세이수미를 찾으면 된다.
다음은 최근 밴드 멤버들인 최수미(보컬·기타), 임성완(드럼), 김병규(기타), 김재영(베이스)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무려 5년 만의 정규 앨범입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앨범이 세상에 나왔구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으로 저희가 직접 만든 앨범이고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수미)
-코로나를 관통하면서 작업한 앨범입니다. 코로나19가 팀에게 어떤 성찰과 고민을 안겨줬나요.
"사실 2019년 12월에 다녀온 북미투어 이후 다들 너무나도 지쳐있기도 했고, '2020년은 조금 쉬면서 다음앨범을 준비하자'고 했었어요. 코로나19가 오기 전이었죠.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지만, 막상 모든 게 강제로 중단이 되니 무기력해졌어요. 그 사이의 멤버의 변화도 있었고요. 그렇게 약간은 허무하게 2020년을 보내고, 다시 정신을 차린후 2021년을 온전히 앨범 작업으로 보내면서 앨범의 제목처럼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결국 사랑이다'라는 것에 도달했던 것 같아요. 삶에서 수많은 고민이 존재하지만 나를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앨범이 완성됐어요."(성완)
-그런 깨달음이 사랑으로 귀결됐고, 그래서 이번에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노래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전에는 주로 상실을 노래한 것으로 들었거든요.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중 이별은 저희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이별과 이별로 가는 그 과정에서 겪는 복잡하고 어두운 마음을 힘겹게 헤쳐 나가다 마지막에 남겨진 사랑이라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거 하나만 보면, 단순해지고 나아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상실감, 그리움 같은 것을 노래하고 있지만 이제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수미)
-그 사랑이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음악과의 관계에도 당연히 해당이 되겠지요?
"네. 음악에 대한 마음, 음악을 함께 만들가는 과정 속에서 사실 완벽하게 '사랑'만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겠죠. 하지만 슬프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는 감정들 속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마지막에 남아 있는 것 하나를 보려고 합니다."(수미)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이지만 앨범 트랙리스트를 정할땐 곡과 곡 사이의 연결성을 생각합니다. 다음곡으로 넘어갈때 흐름이 끊이지 않게 곡 순서를 짜다보면 첫 곡부터 마지막곡까지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병규)
-세이수미를 이야기할 때 '부산 출신'이라는 지역성이 붙어요. 해외 팬들도 늘어나면서, 팀 역시 그런 지역성 카테고리에 갇혀 있지 않은 거 같은데요. 아니면 여전히 팀에게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중요한가요? 세이수미 활약 이후 부산 출신으로 인디 메인 스트림인 홍대 앞에서 활약하는 팀(해서웨이·소음발광·보수동쿨러·검은잎들)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부산은 모든 멤버가 나고 자라난 도시예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중요할 수도 어떻게 보면 일상이기 때문에 크게 와 닿지 않는 순간들도 있어요. 다만 그 지역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그 결과물에 당연히 녹아 들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희도 모르게 음악안에 스며 들어있던 부산이라는 모습을 팬분들이 찾아내 주신 것일 수도 있고요. 부산에서 함께 음악하는 동료들도 많이 늘어난 것 같죠.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고요. 물론 저희가 해 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또 저희를 보고 용기가 생겼다면 감사한 일이죠."(성완)
-여전히 영어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사용해서 노래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꿈에'는 한국어로 노래한 이유가 있나요?
"주로 영미권 음악을 들어왔고 처음에는 그것 자체가 덜 어색하게 들리는 것 같았어요. 해외 리뷰들에서 특히 가사가 솔직하다는 이야기를 꽤 듣는데, 우리말이라면 못했을 거 같기도 해요. 그 뉘앙스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노랫말에 담긴 감정에 스스로 조금 거리를 두고 부를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것이 스스로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듭니다. 모국어가 아니라서 그 뉘앙스를 완벽히 모를 때,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는 언어놀이 같은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로 쓴 노래들에 대해서는 사실 저도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어울리는 우리말을 찾았고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면 그렇게 갑니다."(수미)
-보통 인디 팝, 서프 록으로 분류가 되는데 팀 스스로 정의하는 장르가 혹시 따로 있을까요?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사운드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 지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굳이 하나로 정의 하자면 90년대에 미국 인디 신(scene)에서 유행했던 인디록인 것 같습니다. 이 장르의 여러가지 기법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세이수미 스타일로 접목시켜 곡을 만들어냅니다."(병규)
-드라마 '알고 있지만'과 '유미의 세포들'의 OST 작업에도 참여하셨는데 이 작업도 해외 팬들이 늘어나는데 도움이 됐다고요?
"그렇습니다. 넷플릭스같은 매체의 영향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걸로 알고있습니다. 드라마 '알고있지만'도 동남아팬들이 많은걸로 알고 있는데, 그 덕분에 우리도 동남아팬들을 비롯해 많은 팬들이 생긴것 같아요."(병규)
-북미 투어를 돈다고요. 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잡혀 있나요? 이번 투어가 밴드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올해 결성 10주년을 맞았습니다. 밴드 생활을 돌아보면 어떠한가요? 잘 달려왔다는 생각이 먼저 드나요? 아쉬움이 먼저 듭니까?
"무엇이 먼저 드는지…굳이 이야기하자면, 잘 달려왔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사고를 훈련하고 있습니다. 아쉬움이 엄청나죠. 오래 함께 했던 멤버들과 이별했고, 사실 그 부분에서 큰 아쉬움이 듭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10년간 꾸준히 해왔다는 점에서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수미)
-이 음반을 하늘에서 듣고 있을 세민(팀의 전 드러머로, 투병 끝에 2019년 10월에 세상을 먼저 떠났다) 씨는 어떤 말을 할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생전에도 낯 뜨거운 걸 싫어했던 사람인지라 만약 듣고 있다 하더라도 이 악물고 아무말 안하려고 할 것 같네요."(병규)
-이번 음반을 혹시 가장 들었으면 하는 이들이 있을까요?
"세상 모든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병규)
-이제 엔데믹을 맞아 투어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모든 곳을 갈 수 있다면 어디서 어떤 형태로 공연을 하고 싶은지요.
"특별히 생각한 것은 없지만, 뮤지션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바라는것 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게 가장 좋을것 같아요. 팬데믹을 지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했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음악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깨달았어요. 함께 뛰며 소리지르고 마스크없이 웃는 모습을 대면하는 이전의 일상적인 공연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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