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06년 7월 기존 4개 시·군, 1개 도(道) 체제에서 기초자치단체를 없앤 1도·2행정시 체제로 출범했다. 행정시는 기초의회가 없는, 말 그대로 ‘행정’만 담당하는 기관이다. 당시 기초자치단체 폐지에 따른 찬·반 갈등이 심했지만 결국 특별자치도제가 시행됐다.
특별자치도가 시행 후 중앙정부의 많은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됐고 이로 인한 관광활성, 영어교육도시 조성, 기업규제 완화 및 투자유치 증대, 첨단산업 육성 등 여러 성과가 나타났다. 다른 지방에 없는 제주에만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권한이 제주도에 집중되면서 ‘제왕적 도지사’라는 폐해와 국제자유도시라는 미명 하에 각종 개발사업 난립, 풀뿌리 민주주의 약화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이번 지방선거에 제주지사 후보로 나선 이들은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특별자치도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지난 16년을 돌아봤을 때 이제는 개선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것인가와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오영훈 “득보다 실…제주형 기초자치체 도입 필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내건 특별자치도의 최초 방향성은 “옳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득’보다는 ‘실’이 많아 새로운 틀인 ‘특별자치도 시즌2’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대표 공약 중 하나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내놓고 있다. 오 후보는 “공약 배경에 도민 공감대 및 합의를 통해 새로운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제주의 미래 100년의 행정체계를 논의, 개편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향진 “국가 사무 지방이전 시 비용 법제화해야”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는 특별자치도 모델에 관해 우리나라 자치분권 역사에 있어 소중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7개 중앙행정기관 이전 등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권한 이양에 따른 재정의 뒷받침이 제대로 안 된 문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 후보는 이에 따라 “국가 사무에 대한 지방이전 비용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특별자치도의 제도적 완성은 도민 복리 증진과 국가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순정 “특별법 목적 ‘국제자유도시 조성’ 폐지”
부순정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16년째 시행 중인 특별자치도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해 외국 자본이나 상품이 자유롭게 드나들 관문을 열어 준 것으로, 그간 제주의 발전이 아니라 파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 후보는 “제주가 높은 지가로 집이 없는 사람이 가장 많은 지역이 됐다”며 “물가는 뛰었고 환경파괴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제주특별법에서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목적을 폐지하겠다”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박찬식 “국제자유도시 폐기 준하는 법 개정”
무소속 박찬식 제주도지사 후보는 특별자치도 체제의 가장 큰 문제로 ‘제왕적 도지사’를 꼽았다. 주민자치와 생활자치가 오히려 낮아졌고 관광소득 대부분이 외부로 반출돼 제주 관광 산업은 ‘속 빈 강정’이 됐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국제자유도시 폐기에 준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생태평화의 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제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자연을 보호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해 지역순환경제 및 돌봄사회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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