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24일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최태원 강연
손경식 경총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참석
'신기업가 정신이란?'…'기업문화 향상'·'환경문제 해결' 순
민간 중심 협의회 'ERT' 출범…"국내기업 전반 확장 목표"
대한상의는 최근 국민과 기업인 7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 조사 결과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답이 28.5%로 가장 많았다고 22일 밝혔다.
이어 '구성원의 행복' 12.1%, '혁신과 도전' 11.7%,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11.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원하는 기업의 실천과제로는 워라벨 실천, 즐거운 일터, 임직원 성장 등과 관련된 '기업문화 향상'이 29.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환경문제 해결(자원순환 활성화, 자연보호, 탄소 감축 등) 25.6%, 윤리경영(윤리의식 확산, 투명한 기업, 파트너사 상생 등) 18.3%, 지역사회 상생(지역소비 활성화, 지역 소외계층 지원, 지역투자 확대 등) 15.3%, 경제적 성장(미래산업 발굴, 일자리 창출, 창업생태계 활성화) 11.2% 등의 순이었다.
대기업 A사 직원은 기업들이 환경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제안했다. 그는 "북유럽 기업들처럼 쓰담달리기 어떤가?"라며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플로깅(Plogging·plocka upp(스웨덴어)+jogging)은 스웨덴 기업으로부터 나와 확산됐고 이제는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대명사로 불릴 정도"라고 말했다.
중견 컨설팅 B사 직원은 "기후변화로 남아도는 농산물이나 못난이 작물이 의외로 많다"며 "이들은 대기업 유통채널을 통해 팔면 지역과 유통사업의 멋진 콜라보가 될 듯"이라고 말했다. C사는 지역의 기업 전문가가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는 '기업 쌤' 프로젝트도 제안했다.
스타트업 D사 구성원은 '워케이션(Workation·Work+Vacation)' 개념을 내놨다. 그는 "제주 한달 살기가 아닌 제주 한달 일하기"라며 "지역의 소비도 올리고 참신한 아이디어 바람도 솔솔 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 기업인 74명 '기업선언문' 서명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74명이 서명한 선언문에도 이같은 취지와 실천과제들이 담겼다.
선언문은 "지금 우리는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인구절벽, 사회구성원의 행복추구 등 새로운 위기와 과제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도 그 역할을 새롭게 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은 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이윤을 창출하는 과거의 역할을 넘어 고객은 물론 조직구성원과 주주, 협력회사와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선언, 실천한다"고 밝혔다.
서명한 기업들은 본연의 경영이념을 기초로 '새로운 기업가정신'에 공감하고 5가지의 실천명제를 위해 힘쓸 것을 약속했다.
5대 실천명제는 각각 ①지속적 혁신과 성장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가치' 제고 ②고객과 협력사 등 외부 이해관계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으로 '윤리적 가치' 제고 ③조직구성원이 보람을 느끼고 발전할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 ④청정한 미래와 더 좋은 삶을 위한 '친환경 경영'의 실천 위한 친환경 경영 ⑤일과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 등이다.
선언문에 서명을 마친 기업인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한국무역협회 구자열 회장,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최진식 회장 등 경제단체장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은 삼성전자, SK수펙스추구협의회, 현대차, LG, 롯데지주,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그룹, KT, CJ그룹, 대한항공, 두산, 코오롱그룹, OCI 등이다. 중견·중소기업은 현대그룹, 퍼시스, LSC푸드, 누리플랜그룹 등이다. 금융기관은 미래에셋증권, KB 금융지주, 기업은행, 신한은행, 교보생명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등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쏘카, 직방 등의 스타트업들이 서명했고, 신기업가정신을 위한 실천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삼성·현대차·배민·컬리, '신기업가 정신' 밝힌다
24일 오전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리는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오프닝 영상을 시작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김슬아 컬리 대표의 축사로 이어진다. 이후 최태원 회장의 TED식 강연이 이어진다.
이날 참석하는 대표 기업인들은 기업선언문 내용에 기초해 앞으로 각 기업들의 실천과제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등의 대기업부터 배달의 민족, 마켓컬리 등의 스타트업들이 밝히는 신기업가 정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번 선포식은 기존의 일반적인 경제계 행사와는 달리 정부나 정치권의 참석은 배제한 채 기업인들만 모여 진행된다"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목적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인들의 참석 범위를 보다 확대하기 위해 'ERT'라는 별도의 실천기구를 구성해 향후 구체적인 활동을 해 나가기로 했다. 'ERT'는 '신기업가정신 협의회'를 뜻하는 'Entrepreneurship Round Table'의 약자다.
지난 2019년 8월 기업의 목적을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기로 한 미국의 대표 경제단체인 BRT(Business Roundtable)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대한상의 18만 회원사뿐 아니라 타 경제단체 회원사, 스타트업으로 그 범위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한상의 측은 "대한민국 경제계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챌린지'와 개별 기업이 기존에 실천과제를 발전·확산해 나가는 '개별 챌린지' 2가지 방식으로 기업들의 실천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회적인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공동챌린지 과제는 소통플랫폼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계속 듣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수요들을 반영해 선정할 계획이다.
한편 대한상의는 지난해 4월부터 1년여간 국민,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 국민의견 수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6개 분야를 선정해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고 온·오프라인에서 국민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기업선언문 문안 작성과 실천협의체 구성방안 등은 대기업 중심의 워킹그룹 운영을 통해 진행했다.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신기업가정신이 일회성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준비해왔다"며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사회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적 문제에 대한 기업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어 세계적으로도 기업 역할의 모범사례로 꼽히게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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