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vs 이재명 계양·분당 지표 '산 논쟁'
이준석 "윤형선으로 이재명 이길 수 있다"
이재명 격앙 "사람 키 차이 아닌 산 높이차"
국힘 "효과 이제 명 다해" vs 민주 "플러스"
"선거 '이재명 효과' 못 보이면 당 장악 요원"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등판 '효과'를 놓고 여야가 때 아닌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효과'가 이제 명을 다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등장 효과가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여론조사를 놓고 이 위원장 측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선거 결과가 이재명 위원장의 향후 당내 입지와도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인 탓으로 보인다.
◆계양을·분당갑 여론조사 놓고 이준석 vs 이재명 '산 논쟁'
발단은 지난 18일 나온 MBN 의뢰 리얼미터 보궐선거 여론조사였다.(16~17일 실시, 인천 계양을 806명, 경기 성남분당갑 807명 대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계양을의 경우 민주당 이재명 50.8%, 국민의힘 윤형선 40.9%로 오차범위 밖(±3.5%포인트)인 9.9%포인트 격차였지만 분당갑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김병관 민주당 후보를 더블스코어 격차(안 60.8%, 김 32.1%)로 제친 데 비해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반색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당은 윤형선 후보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 계양역에서 민주당이 출정식을 가진 것을 겨냥해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선대위 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러자 이재명 위원장도 19일 한국GM 부평공장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참 못된 프레임이다. 백두산 오른 사람하고 계양산 올라간 사람하고 해발고도를 비교하는 것하고 똑같다"며 "사람 키의 차이가 아니고 산의 높이의 차이"라고 반발했다.
안 후보가 출마한 분당갑을 백두산에, 자신이 출마한 계양을을 계양산에 빗대어 분당이 압도적으로 보수여당에게 유리한 환경이어서 더 격차를 벌렸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백두산의 해발고도는 2744m, 계양산은 395m다.
이재명 캠프 정진욱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실제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정당 지지율보다 6.6%포인트 높게 조사된 반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정당 지지율보다 9.8%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며 "그럼 어떤 후보가 지역주민들로부터 더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이냐"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재미도 없고 이해도 안 가고 이재명 후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산 비유는 제가 원조인데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이재명 선거 효과'…국힘 "이제 명 다해" vs 민주 "플러스"
이른바 '이재명 효과'에 대해서도 여야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허은아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18일 페이스북에서 "21대 총선 당시 계양구 주민들은 송영길 후보에게 20%포인트 가까운 격차의 승리를 안겨주셨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형선 후보의 격차는 10%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진 것"이라며 "'이재명 효과'가 이제 명을 다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김민석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YTN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허니문'과 박완주 의원 성비위 제명 사태를 거론하며 "아직은 워낙 그 폭풍이 크기 때문에, 모래바람이 갑자기 확 불었기 때문에 이재명 등장 효과가 바로 보이기는 어려운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등장 효과가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감쌌다.
계양을 판세에 대해서도 "이재명 후보가 가면서 논란이 있었지만, 후보가 정해지면서 계양이 급속히 안정화되고 있어서 우선 계양은 이길 것으로 본다"며 "(계양이) 안정화되면서 인천 전체에 미치는 부양 내지는 지지 효과가 있어서 그 점은 실제 바닥표에는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도 KBS 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후보가 등판하고 나서 그래도 지지자들이 서서히 힘을 얻고 가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이 후보랑 같이 다니다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민 분들이 엄청 좋아해준다"고 강조했다.
대선 때 총괄본부장을 지낸 우상호 의원 역시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인천 지역에서는 확실히 저는 (이재명 출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인천 지역에 국회의원 출마를 해서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다"며 "경기도는 김동연 후보 인물론이 상당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여론 지표상으로는 이재명 위원장의 등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양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 합동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이번 지선에 대해 '국정 안정론'이 53%로 '정부 견제론' 36%보다 17%포인트 앞섰다.(16~18일 실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정당 지지율 역시 국민의힘 42%, 민주당 30%로 오차범위 밖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국민의힘 45% vs 민주당 23%), 인천·경기(39% vs 33%), 충청(38% vs 34%)에서 모두 국민의힘이 우세했다.
◆李 운명 좌우…"선거서 효과 못 보이면 당 장악 요원"
이 위원장 측이 이처럼 선거 판세를 둘러싼 '평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인천 계양을과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적 명운이 갈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이 직접 나서거나 혹은 낙점한 인물을 내세워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이겨 이재명계가 완전히 주류로 발돋움해야 차기 대선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게 이재명계의 계산이다. 그러나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해 총괄 지휘한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이 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당권 장악은 고사하고 거센 '책임론' 공방에 휩싸이며 정치적 영향력을 송두리채 잃을 수 있다.
더욱이 친문 의원들이 "출마를 결정한 이상 결과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벼르고 있어 계양을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계양을에서 '원사이드'하게 이기지 못할 경우 타격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도 '이재명 효과'를 보이지 못하면 2년 후 총선에 나서야 하는 의원들에게 믿음을 얻을 수 없고, 그러면 민주당을 장악하는 것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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