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직무별로 지장이 없는 선에서 재택근무가 일반화된 만큼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에 상당수 기업들이 일상회복 이후에도 재택근무와 현장출근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들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근무형태의 하나로 유지하고 있다.
재택근무 비율을 최대 50% 수준까지 권장했던 삼성전자는 코로나19 기세가 꺾인 이달부터는 10인 이하로 한정했던 회의 인원 제한을 없애고 사내 피트니스 시설도 다시 여는 등 출근체제로 전환해가고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이제는 부서별로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운영방침을 바꿔 필요할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상황이다.
SK그룹도 재택근무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도록 한 지침을 해제했지만 구성원들이 재택근무를 포함해 근무방식과 장소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사업부별로 차이는 있지만 아직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과거 사무직과 연구직 사원들의 경우 50%를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권고했지만 지금은 별도로 출근 인원을 정해놓지는 않은 가운데 여전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서울 종로 계동사옥을 비롯해 용산, 동작, 강동과 인천 부평, 경기 안양·의왕·성남 등에 마련한 거점오피스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사무실 밖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지난달 18일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 내용에 맞춰 회의와 회식 인원 수 교육 및 행사 인원 수 제한을 해제했으며 사내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을 정상 운영하는 등 완화된 방역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택근무도 자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25일부터 재택근무를 방역지침이 아닌 인사제도의 하나로 전환해 각 계열사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전환했다"고 밝혔다.
업계별로는 특성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근무형태의 변화가 일부 정착되는 모습이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현장근무가 필수인 생산직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하지만 사무직 등의 경우 여전히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분위기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장소 등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게 가능하면 된다는 게 회사 지침"이라며 "행정이나 지원부서 등은 담당 부서장들의 재량으로 재택근무를 하거나 일하는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 가운데 정례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한 곳은 동국제강이 유일하다.
정유·화학업계도 일부 재택근무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는 50%가 재택근무를 했다가 이달부터 20%로 축소했는데 방역보다는 근무환경의 변화 즉, '스마트워크'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이라며 "처음으로 시행하는 제도다보니 직원들 의견을 수렴해 확대할 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업계도 일부 재택근무 비율을 완화한 가운데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
다만 한 화학업계 외국계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재택근무를 했는데 현재는 아예 없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업계도 산업 특성상 재택근무 비중이 이전에도 높지 않아 현행 근무형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저질환자나 임산부 구성원 등 일부 인원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나 비율이라고 할 정도로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엔데믹에 돌입해도 새로운 근무 형태가 도입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의 경우는 향후 업계 상황에 따라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사회 전반에 엔데믹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항공업계도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이지만 순환휴직 체제는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국제선 운항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제선 여객 수요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음달이면 고용유지지원금도 중단되는 만큼 순환휴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재택근무 비율이 대폭 줄었지만 평균적으로 전체 인력 중 50%가 휴직을 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률이 코로나 이전 대비 15% 수준이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현재까지는 순환근무 방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