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양부 4명의 아이 양육 경험, 미필적 살해 고의 인정돼"
양모에 대해서는 "아이 입양 불순한 의도 없는 점 등 고려"
다만,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를 받은 양모는 원심보다 형량이 크게 낮아진 징역 2년6월형에 처해졌다.
13일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신숙희)는 이 사건 선고공판을 열고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B씨에겐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뒤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5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원심과 같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평소 피해 아동을 아끼면서 아이를 양육했다는 증거가 폭행 당시 살해 고의를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면서 "피고인은 피해 아동을 키우기 전 이미 4명의 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만큼, 32개월 된 피해 아동의 뺨을 연속으로 내리치면 아이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부분을 미필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비극적인 아동학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항소심에 이르러 특별한 양형 조건 변화가 없고, 원심의 형이 재량을 크게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아 형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양모 B씨에 대해서는 "폭행당한 후 이상증세를 보이는 피해 아동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방치하다가 뒤늦게 병원에 데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피해 아동을 입양해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 했을 뿐 다른 불순한 의도는 보이지 않는 점, 피해 아동을 다른 자녀들과 차별하며 학대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다른 자녀들이 피고인과 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떨어지는 것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양형 요소를 고려했을 때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두 피고인은 재판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었으며, B씨는 크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방청석을 가득 메운 아동보호단체 소속 회원들은 B씨의 형이 1심보다 낮아지자 큰 탄식을 내뱉었다.
한 방청객은 눈물을 흘리는 B씨를 향해 "왜 우느냐"고 큰 소리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편 A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경기 화성시 주거지 안방에서 입양 딸 C(2)양이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나무 재질로 된 구둣주걱과 손바닥 등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A씨가 C양에게 학대 행위를 저지르는 점을 알면서도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C양은 지난 5월 8일 A씨로부터 폭행당한 뒤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오던 도중 두 달여 후인 7월 11일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사망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열린 이 사건 6차 공판에서 A씨의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에서 아동학대살해죄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했던 B씨에 대해선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A씨에게 징역 22년, B씨에게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다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은 채 재판받아오던 B씨는 이날 선고 후 법정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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